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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삶

기자명 법상 스님
가난은 지혜와 사랑의 원천

소유 기준은 욕망 아닌 필요


가난이란 모든 수행자들의 삶에 있어, 아니 모든 근원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가난한 삶이란 곧 본질적인 삶을 의미하며, ‘나’ 자신과 소탈하고 순수하게 대면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가장 체험적인 수행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해야 그 속에서 맑음과 청정이 또 참된 지혜와 사랑이 움튼다. 가난해야 수행하지 부유하면 수행은 벌써 멀어지고 만다. 가난과 수행 이것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인류의 모든 성인들도 다 가난했다. 어쩔 수 없는 가난이기 보다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서의 가난이기 보다는 그들의 삶의 지혜의 근원으로서의 가난이었다.

그렇다고 가난한 삶이란 단지 외적인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돈’ 없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많이 소유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그 속에서 가난해 질 수 있는 것. 어쩌면 작은 의미에서 물질적 가난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도 나도 물질적 가난을 구하려고 애써 좋은 조건의 직장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물질적 풍요와 부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린 그 속에 살면서 가난해 질 수 있어야 하는 것. 다시말해 삶 그 자체가 가난해야 참된 가난이지 물질적으로 가난한 것만이 참된 가난인 것은 아니라는 말.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마음 속에 욕심과 욕망을, 또 물질적인 부를 원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

삶의 모습에 있어 가난이란 말하자면 청빈 같은 것인데, 마음에 바라는 것 없이 자족할 수 있어야 가난이고, 행동에 있어 절약하고 절제하며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갈 수 있어야 가난 이며, ‘최소한의 필요’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 없이 베풀어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라야 참된 가난이라 할 수 있다.

많이 소유해도 소박하게 살 수 있다. 배고플 때 인연따라 내게 온 공양을 먹으면 되는데 욕심이 시키는 대로 밥이 있는대로 불구하고 더 맛있고, 더 많고, 더 비싼, 더 좋은 음식, 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면 이것은 소박하게 사는 것도, 가난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칫솔질을 할 때라도 한 컵으로 할 수 있는데 수돗물을 콸콸 쏟아 붓는다면 이 사람은 가난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추우면 있는 옷 챙겨 입으면 되는데 더 비싸고, 더 좋고, 더 예쁜 옷을 그것도 몇 벌씩,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절이 다가올 때마다 새로 사 입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끼고 절약하는 것, 보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욕망 보다는 필요에 의한 작은 소유로 만족하는 것, 소유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항상 베푸는 것, 이렇게 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맑은 가난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수백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가난에서 오는 참된 지혜와 미덕을 그대로 안으로 움트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유한 물질들은 그 사람 것이 아니라 법계의 것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가난을 꿈꾼다. 내가 늘 부유하게 살지만, 그래서 항상 부끄럽지만 내 안에서는 늘 맑은 가난을 꿈꾸고 있다. 우리들 모두가,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맑은 가난을 꿈꾸며 실천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은 항상 충만하고 넘치는 곳이 될 것이다.


법상 스님 buda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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