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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悲運)의 역경가 담무참

기자명 이종철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대반열반경 번역으로 남조 열반학파 태동케 해

오호십육국 시대의 역경사에서 화려한 종말을 장식하는 시기가 북량(401~439) 때이다. 북량은 흉노족 출신의 저거몽손(沮渠蒙遜)이 세운 나라로 처음에는 지금의 감숙성 장액(張掖)에 수도를 정했다가 412년에는 고장(姑臧)으로 천도한다. 북위의 태무제에 의해서 멸망할 때까지 38년 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세월 동안 북량은 돈황에서 무위에 이르는 감숙성 서부일대, 소위 ‘하서주랑(河西走廊)’을 지배하는데, 당시 저거 씨가 불교를 믿었기 때문에 북량은 불교 역경 사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된다.

북량의 유명한 역경가로 담무참(曇無讖, 385~433)이 있다. 담무참은 중인도의 바라문 출신으로 어려서 달마야사(達摩耶舍)를 만나 출가한다. 처음에는 소승을 익혔으나 후에 백두선사(白頭禪師)를 만나 대열반경을 전해 받아 읽은 뒤 “우물안 개구리 식 좁은 소견으로 오랫동안 세상을 어지럽혔다”고 참회하고는 대승으로 바뀐다.(양고승전 담무참전) 스무 살 무렵에 대, 소승의 경전 200만 자 이상을 암송할 수 있었다 하니 대·소승에 모두 정통했음을 알 수 있다.

담무참이 왜 중국에 가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인도 국왕과 어떤 알력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담무참은 대열반경 전반부 10권, 보살계경, 보살계본을 수중에 갈무리하고, 카쉬미르, 구자, 선선으로 연결되는 실크로드 북도를 통해서 돈황에 도착하며, 또다시 저거 몽손의 청에 응해 고장에 정착하게 된다. 2~3년 간 중국어를 배운 뒤 막 바로 역경 작업을 시작하여, 대반열반경을 비롯해서 대집경, 보살지지경, 보살계경, 보살계본 등을 번역한다. 특히 담무참의 성명작인 대반열반경은 414년 번역에 착수하여 처음에는 전반부밖에 번역 못했지만 나중에는 우전국에서 중·후반부 원전을 구해서 421년이 되어서야 번역을 끝마치게 되니, 이것이 소위 ‘북본 열반경’이다.

담무참의 중국어 실력이 썩 좋았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현존하는 역문이 유려하고 이해하기 쉬운 것을 보면 당시의 역장에 담무참을 보좌하는 뛰어난 조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담무참의 역장에서는 혜숭(慧嵩), 도랑(道郞) 등 중국인 학승들이 필수(筆受) 역할, 윤문 작업을 하였으며, 역장 전체의 사무를 총 지휘 하여 역경 순서를 잡기도 하였다. 도랑에 따르면, 대반열반경을 번역할 때 담무참은 “손에 범본을 들고 중국어 번역을 말로 했다. … 번역할 때는 경건하고 신중하여 아리송한 구절은 거의 남기지 않았다. 본 뜻에 충실하여 경전의 취지를 보전하는데 힘썼다.”(출삼장기집 대열반경서)

“박학다식하기로는 구마라집에 버금가고 주술에 능하기로는 불도징에 필적한다”(양고승전 담무참전)는 인물평을 보면, 담무참에게는 뛰어난 역경가의 면모말고도 ‘신이승(神異僧)’의 모습도 있었던 모양이다. 서역에서는 그를 ‘대신주사(大神呪師)’로 불렀으며, 바로 이러한 명성 때문에 북위의 태무제는 담무참을 북위로 보내달라고 저거몽손을 회유한다. 저거몽손으로서는 보내고 싶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저거몽손은 담무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우전본 열반경에 만족하지 않은 담무참은 완전한 범본을 구하러 인도로 떠나지만 도중에 저거몽손이 보낸 자객에 피살당한다. 세수 49세였다.

‘북본 열반경’은 남조 송 나라에 전해져 구마라집의 제자인 혜엄, 혜관 및 사령운 등 여러 사람이 이를 6권본 대반니원경(법현과 불타발타라의 공역)과 대교하여 36권본 열반경(남본)으로 재편집한다. 남조에서 열반학파가 등장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남본 열반경’에 의거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그 원천은 담무참인 셈이다.



이종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북경대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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