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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은 진실을 못보는 것

기자명 이미령

인과를 알 때 악업 끊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어둑어둑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앞에 뱀 한 마리가 또아리를 튼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뱀이다!”

그는 기겁을 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그 길을 지나가던 그는 자신을 그토록 놀라게 했던 것이 뱀이 아니라 밧줄이었음을 알고서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중생이 생사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밧줄을 밧줄인 줄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뱀이라 착각하였던 데에 기인합니다. 한번 일으킨 착각은 계속 반복하여 일어나 중생들은 영원히 밧줄인 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여섯 갈래를 맴돌게 됩니다. 어쩌다 “아, 저건 뱀이 아니라 밧줄이었구나!”라고 눈치를 채는 일도 있겠지만 이내 뱀이라 보아왔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여 착각하며 지내왔던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합니다. 또 그게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어리석음이란 이렇게 진실한 것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 불자들은 어리석음이다, 무명이다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으면서도 정작 ‘무엇을 모르는 것이 어리석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좥보문품좦에서는 어리석음이 치열할 때 관세음보살을 지극하게 생각하라고 일러줍니다. 그럼 이제 어리석음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봅시다.

가장 먼저, 착한 일을 하면 즐거운 결과가 찾아오고 악한 일을 하면 괴로운 결과가 찾아온다는 이치를 모르는 것을 어리석음이라고 합니다. 그렇지요. 바로 인과의 도리를 모르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이 몸과 입과 뜻으로 악행을 하면 그것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잡아함 자호경』) 그러기에 현명한 사람은 악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어 악한 일을 저질렀다면 마치 불에라도 대인 듯 화들짝 놀라며 물러서서 자신을 책망합니다. 그러니까 못된 짓을 저지른 자는 결국 자기를 아끼고 보호할 줄 모르는 자이니 ‘바보’임에 틀림없습니다.

인과의 도리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어리석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착한 일을 하면 즐거운 결과가, 악한 일을 하면 괴로운 결과가 찾아온다고 하셨지만 정작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평생 남을 괴롭히며 살아온 사람이 더 부유하고 무병장수하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못된 짓을 해놓고도 “억울하면 고소해!”라며 되려 큰소리를 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착한 사람은 그 마저도 관두어 버립니다. 선량하고 어질며 겸손한 사람은 사회의 약자로 쳐지고 맙니다. 이쯤 되면 이 세상에는 착한 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게 될 것입니다. 남 먼저 챙겨주느라 제 것 챙길 사이 없어 빈손이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손가락질합니다.

“에그, 저런 바보천치!”

그런데 진짜 바보는 어떤 사람인 줄 아십니까?

그것은 바로 인과응보의 이치가 이번 한 생에서만 끝난다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목숨이라는 것이 그저 일회성이려니 생각하면서 다음 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악행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동안 어리석은 자들은 그것을 꿀처럼 달게 여긴다. 그러나 악행이 마침내 결과를 이끌어 올 때 그들은 크나큰 고통을 겪는다.”(『법구경』)

악행은 ‘잿속에 묻혀 있는 숯불처럼’ 끝내 그 사람을 따라올 것입니다.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라도(『중아함 수법경』). 착한 일에 대한 과보도 그러하니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 반드시 즐거운 과보는 찾아오고 맙니다. 과거·현재·미래의 3세에 걸친 업의 이치를 모르는 것을 또 하나의 어리석음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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