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가까운 인연

기자명 법상 스님
내 업식만큼 사람을 만난다

가까운데서 존경받기가 기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인연이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한다면 먼 사람과의 관계도 바를 수 없다. 만약 가까운 사람과는 바르지 못한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만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 사람은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여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 가까운 사람과는 좋지 않은 관계를 가지면서 먼 사람과는 친하고 좋은 관계를 가진다면 그만큼 속과 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의 거울이며, 바로 내 모습의 나툼이다. 내 업식만큼만, 내 그릇의 크기 만큼만 경계는 나투기 때문이다.

왜 아버지를 너무 미워하던 딸이 아버지 같은 사람 정말 싫으니 남편감은 죽어도 아버지 같은 사람 싫다고 하다가도 딱 결혼해 보면 아버지 닮은 사람과 살게 된다는 것은 우리 습(習)이 그렇게 무섭고, 우리 안의 업식(業識)이 그렇게 무섭다는 얘기다. 내 안에 그런 업식이 있으니까, 그걸 닦아야 하니까 자꾸 그런 사람을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남편 싫다고, 부인 싫다고 이혼해 봐야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 다 비슷하게 나를 힘들게 하곤 한다. 그건 그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아는 이혼한 보살님 얘기다. 이 보살님은 남편과 이혼만 하면 잘 살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이혼하고 보니 그 이후에 만나는 사람이 이상하게도 좋지 않은 사람들이거나 괴로운 인연들만 만나게 되더란다. 재혼을 했더니 그 남자가 바람을 피워 헤어지고, 오랜시간 후에 만난 사람은 사기꾼이었고, 고아를 딸같이 키웠는데 편지 한 장 미안하다고 남겨 놓고 그간 모은 돈 다 들고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괴롭다 보니 신세한탄만 늘어가고 사람들이 무섭다고, 못 미덥다고 괴로워 하며 차라리 좀 괴롭더라도 그 때 이혼 안 하고 좀 견디면서 그 남편과 살았더라면 하고 이제사 후회하시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이혼이 능사가 아니다. 그게 다 내 업식이니 그걸 닦아내지 않으면 앞으로 내가 만날 사람들이 다 그만그만한 사람들이다. 다 내 업대로 경계를 만난단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여실하고 생생한 내 업의 나툼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 가는 것이야말로 생활수행, 업장소멸의 가장 중요한 공부거리가 되는 것이다. 내 아내며 남편과, 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향기로운 향내가 피어오지 못한다면 아무리 성공하고 돈 많이 번들 또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혼하신 법사님들이 가끔이런 말씀을 하신다. 가장 무서운 사람이 아내라고. 많은 신도님들께 존경받는 것 보다 아내에게 존경받는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고 말이다. 부처님께서도 『아함경』에서 말씀하셨다. “부부 사이야말로 인간관계의 기본. 이 부부 사이의 관계, 그 기초 위에서 자식과의 관계가 성립되고, 이어서 형제, 상하의 관계가 성립된다. 그러므로 기초가 올바르다면 나머지 인간관계는 잘못될 것이 없다.”


법상 스님/buda119@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