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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마음으로 관음보살 염하면

기자명 이미령

삼독 멸하고 바른 생각에 이른다

업인과보의 가르침은 우리가 지금 살림살이를 풀어놓고서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고 있는 세계[世間]의 원리를 설명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나고 죽는 세상을 벗어난 진리의 세계도 있습니다. 출세간(出世間)이라 부르는 것인데 출세간의 이치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야말로 진짜 어리석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세간의 이치라는 것은 본격적으로 ‘나’라는 것을 분석해 들어가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고요한 숲 속에서 선정에 들어계시는 부처님 곁으로 젊은이 한 무리가 몰려왔습니다.

“성자시여, 혹시 이리로 젊은 여자 한 명이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남녀가 짝을 이루어 놀러 나왔다가 그 중에 한 여자가 일행들 몰래 그들의 귀중품을 챙겨 달아났던 것입니다. 뒤늦게 여자를 찾아 혈안이 되어서 온종일 숲을 헤매다 마침내 부처님 앞으로까지 온 젊은이들에게 부처님은 조용히 되물으셨습니다.
“젊은이들이여, 달아난 여인을 찾는 일과 자기 자신을 찾는 일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사분율』)

놀 때에는 놀이에 정신이 팔리고, 그 다음엔 보물을 챙겨 달아난 여자 찾느라 정신이 팔린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따끔한 한 마디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평생 우리는 무엇에 정신을 쏟으면서 지내는 것일까요? 젊어서는 명예와 부를 찾아, 그리고 세상의 환락거리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나이 들면 자식들 생각이 온 마음을 지배하고 또 그러다 저승사자가 손짓하면 하던 일 그냥 고스란히 내버려두고 황망하게 따라나서기 바쁜 사람들…. 당신과 나의 지금의 모습이요, 미래의 모습입니다.

부처님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았던 바로 그 ‘나’에 대한 가르침이었던 것입니다.

나를 분석해가다 하나씩 깨닫게 되는 법칙들….
무상한 나라는 것도 알고 보니 인연화합의 이치에 의해 이루어져있다는 것, 그리고 하나의 생명체는 저 홀로 우뚝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와 서로 의지해[緣] 생겨난다는 것[起], 그런 존재 속에서 ‘나’라고 주장하거나 ‘나’만의 고유한 성품이라 주장할만한 것은 있지 않다는[無自性] 것….

이런 법칙들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나’에 대한 가르침이었던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법칙들을 진리라고 말하며 이러한 진리를 밝게 보는 것을 지혜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진리에 어두운 것을 어리석음이라 하겠지요.

이런 이치에 밝지 못한 중생들은 있다, 없다, 내 것이다, 내 것 아니다, 살았다, 죽었다라는 견해에 치우치게 되고 그 결과 살면 영원히 사는 양, 죽으면 영원히 없어지는 양 극단적인 생각으로 자신을 몰아갑니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경전에서는 탐진치 삼독 가운데 어리석음을 그릇된 견해[邪見]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릇된 견해에 사로잡힌[癡] 이들이 법다운 생활을 할 리가 없습니다. 만 원 어치 일을 하고 백만 원의 결과를 바랄 것이요[貪], 바라던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마음 속에 분노를 품는 것입니다[瞋].

『보문품』에서는 우리가 이런 어리석음으로 가득 차 오를 때 관세음보살을 지극정성으로 생각하라고 일러줍니다. 어찌 보면 이 말은 아직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범부인 한에는 죽을 때까지 관세음보살을 가슴에 새겨두라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나아가 관세음보살을 지극히 생각하는 것이란 다름 아닌 ‘바르게 생각한다[正念]’는 뜻이라는 지의대사의 해석도 깊이 음미해볼 만 합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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