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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혜암 대종사 열반에 부쳐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위법망구의 수행정신 계승을

한국불교의 법통(法統)을 상징하는 조계종 종정 혜암 대종사께서 지난 12월 31일 홀연히 입적에 드셨다. 혜암 종정 스님의 입적 소식과 함께 한국불교계는 큰 정신적 지도자를 떠나보내는 슬픔에 젖어 있다. 혜암 종정 스님의 입적은 그 자체가 대법문이요, 생사불이(生死不二)의 도리를 만 중생에게 펼쳐 보이신 것이지만 중생의 마음은 서글프고 아쉽기만 한 것이다.



생사불이 도리 펼쳐 보여



돌이켜보면 혜암 종정 스님은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을 그 누구보다도 온전히 지켜온 대 선지식이시다. 출가이후 반세기가 넘는 53년을 장좌불와(長坐不臥·한 순간도 자리에 등을 대고 눕지 않은 채 좌선자세로 참선정진에 매진하는 것)로 일관해오신 대수행자이시다. 범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인적 의지를 보여주신 것이다. 하루에 한끼만 공양(식사)을 하는 일종식을 평생 지켜오셨고, 수마와 색마를 완전하게 조복(調伏) 받은 대도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다. 출가 이후 55년 동안을 찰나도 방일하지 않고 수행에만 진력해온 선지식이시다. 혜암 종정 스님이야말로 평생에 두 번 다시 만나보기 힘든 대 스승이셨던 것이다.

따라서 세속의 인연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지막 무언법어를 내리며 중생의 곁을 떠나간 큰 스승을 보내는 불자들의 마음이 슬픔에 젖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땅히 큰스님의 열반을 축하드려야 하겠으나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불자들은 물론이요, 이웃종교의 지도자들,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의 지도자들이 일제히 큰스님의 입적을 애도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야산 대쪽’이라는 별칭을 들었을 정도로 수행에 철저했고 특히 자신에게 엄격했던 혜암 종정 스님은 수행제자나 후학들, 그리고 재가불자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어버이 같은 분이셨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런 혜암 종정 스님을 더 이상 만날수도 가까이 할 수도 없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공부에 막힘이 있을 때 찾아가 해답을 구할 대 스승이 사라진 것이요, 종단적 차원에서는 종단이 중심을 잃고 흔들릴 때 그 방향을 일러주고 비틀거리는 종단을 바로잡아줄 버팀목을 떠나보낸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가치관의 혼돈으로 헤매는 국민들을 바르게 계도할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언제까지나 혜암 종정 스님을 떠나보낸 슬픔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 후학들이나 불자들이 해야 할 일은 혜암 종정 스님이 남기고 간 가르침과 정신을 잘 받들고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무서운 정진력으로 수행종단의 가풍을 뚜렷이 세우시다가도 종단이 풍전등화에 있을 때는 흔쾌히 산문을 나서 종단을 나락에서 구한 그 애종심을, 모든 중생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 대자비심을 올곧이 이어받아 종단안정과 불교중흥, 국운융창의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불교계 내부에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혜암 종정 스님을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혜암 종정 스님이 종도들에게 남기고 간 가장 간절한 유훈일지도 모른다.

이해와 권력, 명리를 놓고 다투고 반목하며 질시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혜암 종정 스님은 당신의 마지막 홀연한 입적의 모습을 통해 만천하에 명백히 일갈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스님 뜻 이젠 실천할 때



혜암 종정 스님의 색신(色身)은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그 법음(法音)은 뚜렷이 남아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그 법음을 모든 종도들과 불자들이 마음에 새겨 화합하고 단결하여 불교의 중흥을 일궈낼 때 혜암 종정 스님은 다시 우리가 머문 사바세계로 돌아와 불국정토의 장엄한 대열을 이끌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삼가 혜암 종정 스님의 극락왕생을 부처님 전에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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