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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짓고 받기를 바라거든

기자명 이미령

관음보살 간절히 예경하라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 동네 상가에서 만난 한 보살님의 말이 자꾸 떠올라서요. 이 분은 신심 하나는 참 대단한 불자입니다. 이전부터 정신세계와 기 수련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고 그에 따른 수행도 열심히 한 데다 불자가 되고 나서는 큰스님 설법하는 날이면 그곳이 어디든지 그리고 관음재일 같은 날에는 아예 가게문을 닫아걸고 절에 가는 열성신자입니다.

그렇기는 한데 108배에는 아주 서툽니다. 몸도 약하니 더 그럴 터이지요. 평소 이 보살님은 “난 절 못하겠더라. 108배도 겨우 하는데 3000배 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이라고 말하거나 심지어는 “습이 배어 있지 않아서 절은 못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보살님의 딸이 올해 수능시험을 보았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수험생의 어머니인 ‘죄’로 이 보살님 역시 차디찬 법당에 밤을 새며 수도 없이 엎드렸다 일어서는 고행을 감당해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요.

“거참 희한하데…. 내 자식 일이 달려 있으니 700배 800배는 거뜬하게 채워지던 걸….”

그토록 간절히 소원을 빌었던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봐도 기가 막히던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저에게 하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보살님의 얼굴표정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보살님의 하룻밤 경험담이 참 솔직하지 않습니까?

그 전에는 온갖 이유가 앞서고 논리가 지배했기에 엎드려 간절히 절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빌어야 할 소망이 가슴에 담기는 순간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큰 소원을 가득 담은 납작한 접시가 되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립니다.

제가 난데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오늘 읽어갈 『보문품』의 내용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만일 어떤 여인이 아들 낳기를 원하여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하면 곧 복덕과 지혜가 있는 아들을 낳게 되고, 만일 딸 낳기를 원한다면 곧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양을 갖춘 딸을 낳게 되리니, 덕의 근본을 잘 심었으므로 여러 사람의 사랑과 공경을 받으리라. 무진의야, 관세음보살의 힘이 이와 같느니라.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입게 되는 고통이나 내 마음속에서 치열하게 일어나는 번민을 다스려주는 명의(名醫)로서의 관세음보살님을 만나왔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다 들어주는 전지전능하신 관세음보살님을 만날 차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왜 불교를 믿습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 “참다운 나를 찾기 위해서”라는 내용의 대답을 합니다.

“그것뿐입니까?”

“정말 그것만을 위해서예요?”

이렇게 캐어물으면 다들 씩 웃으며 말합니다.

“아, 뭐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기본이죠.”

어떻습니까? 당신은 그렇지 않습니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란 바로 행복을 비는 마음입니다. 다시 말하면 복을 비는 마음이지요. 그것도 내가 죽고 난 다음 세상의 행복이 아니라 바로 지금 2003년도 11월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절에 복을 빌러 간다고 말하기가 좀 창피합니다. 불교가 고작 당신 집안이 잘 되기만을 빌어주는 ‘미신’인 줄 아느냐며 남들이 손가락질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보문품』에서는 이렇게 떡 가르쳐주고 있지 않습니까?

자식 갖기를 원하면 관세음보살님을 예경해라, 그럼 들어주신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들어주신다…라고 말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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