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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지혜

기자명 혜민 스님
폭력적인 시위 문화는 이제 그만

공감 얻을 수 있는 시위문화 필요


비가 내린 후 날씨가 좋아지는가 싶더니 밤부터 바람이 다시 강하게 분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거리를 헤치면서 걸으니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는 등 중무장을 해도 걷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길거리 휴지통에 얌전히 앉아 있던 쓰레기들도 불어치는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솟아 흩어지면서 길을 걷는 이들이 발길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바람이 부는 거리를 이렇게 걷고 있노라니 문뜩 어릴 적 읽었던 『해와 바람』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해와 바람이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시합을 했다. 바람이 먼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 강한 바람을 불었다. 그러나 나그네는 바람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외투 깃을 더욱 더 세우고 강하게 저항했다. 결국 바람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지 못했다. 그러나 바람이 멈추고 구름 뒤에 있던 해가 나와 따스한 햇볕을 나그네에게 비추자 나그네는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결국 게임은 해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 인터넷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구름 낀 흐린 날씨처럼 우울해 보인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폭력 시위들이다. 잊혀진 줄만 알았던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다시 등장하고 전에 보지 못했던 염산병에 사제(私製)총까지. 무시무시한 신무기까지 만들어서 도심에서 시위라는 이름의 난투극을 벌인다고 하니 정말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시위 현장을 취재한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폭력을 앞세워 시위를 하는 행위는 결국에는 자기가 자기 살을 스스로가 깎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 이유가 아무리 정당하고 훌륭해도 폭력으로 물든 시위는 많은 사람들의 동조와 인정을 받기는 어렵다. 언론의 보도도 시위가 폭력적으로 흐르다보면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정당한 이유와 요구 사항은 간데없고 그 시위로 인해 얼마나 사람들이 다쳤고 재산 피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하는 지엽적인 내용이 지면을 온통 장식하게 된다.

인도의 국부 (國父)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적인 저항은 약한 자의 일시적인 전략으로서의 소극적인 저항이 아니라 강한 자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서의 비폭력이라 말하였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항하면 사람들은 전혀 감동하지 않는다.

하루 이틀 반짝 신문에 나오는 사회면 기사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어 내고 동조를 얻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더불어 집단적 이기심에 의한 시위 역시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그네는 강한 바람에는 더욱 옷깃을 여미지만 따뜻한 햇볕에는 외투를 벗는다. 타인을 감동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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