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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과거에 지은 선업의 결과다

기자명 이미령

선업을 짓지않고 행운은 없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은 자기 옷은 스스로 꿰매서 입어야 했습니다. 제자 가운데 앞을 못 보는 아나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바늘귀에 실을 꿸 수가 없었습니다. 아나율은 무심히 ‘이 세상에서 도를 얻은 아라한은 나를 위해 바늘을 꿰어다오’라며 생각하였는데 마침 부처님께서 그의 생각을 알아채셨던가 봅니다.
“바늘을 이리 다오. 내가 꿰어주리라.”
부처님의 목소리를 듣자 아나율은 당황하였습니다.
“저는 부처님께 청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서 복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청한 것입니다.”
송구하여 바늘을 내밀지 못하는 아나율을 향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으로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증일아함』 『역품』)

이 일화를 보면 부처님도 복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예 드러내놓고 다섯 가지 복을 말씀하기도 하십니다.

“어진 사람은 법을 설하여 다섯 가지 복덕을 얻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 복덕이냐 하면, 첫째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래 사는 것이요, 둘째는 세상에서 큰 부자가 되어 재물과 보배가 많은 것이요, 셋째는 단정하게 잘 생기는 것이요, 넷째는 명예가 세상에 널리 퍼지는 것이요, 다섯째는 정신이 총명하고 지혜가 많은 것이다.”(『불조요경』)

다섯 가지의 내용은 하나같이 여러분과 제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들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일을 하면 이 세상의 복을 받는다(『중아함 세간복경』)’, ‘저런 일을 하면 범천의 복을 받는다(『증일아함』 『고락품』)’라며 복받는다는 법문은 참 많습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행운을 바라는 우리나 욕심을 떠난 부처님이나 복을 중시하는 것은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제 부처님이 권하는 복이 뭔지 좀 알아볼까요?

딱히 복(福)을 뜻하는 인도말을 집어내라면 범어로는 푼야, 팔리어로는 푼냐를 들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공덕’, ‘선’, ‘가치 있는 행위’, ‘좋은 일을 함으로써 돌아오는 것’ 등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이란 것은 받을 만한 착한 일을 해서 받게 되는 즐거운 과보를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적처럼 만나게 되는 행운이란 것도 실은 내가 누릴 만한 정당한 사전작업을 해놓았다는 말이 되겠지요. 중생들은 전생의 일(업인)을 알지 못하니까 ‘운이 좋았다’, ‘기적이다’라면서 결과에만 한없이 행복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의 복이 넝쿨 째 굴러 들어오기까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1등 당첨의 꿈을 꾸면서 매주 복권을 삽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행운을 움켜쥐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런데 당첨된 사람들은 자신의 행운에 들뜬 나머지 자기가 가져간 돈이 알고 보면 내 이웃, 내 직장동료의 지갑에서 나간 돈이라는 사실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 논리를 따라가자면 이것도 다 내가 전생에 복받을 일을 했으니 당연히 받아가는 거 아니겠소?”

이렇게 따지는 분도 계실지 모릅니다.

그러니 참 흥미롭지 않습니까? 세상은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선행을 짓도록 힘이 되어준 무수한 인연들이 있었고, 내가 복을 받기까지 많은 인연들이 힘을 모아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차지한 행복, 현생에서의 복은 수많은 인연들의 희망덩어리였음을 기억한다면 나의 복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실현시켜주는 원인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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