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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공양하고 달력 받아가세요”

기자명 안문옥

불교와 동지

22일 가까운 사찰에 가보자. 불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묵은 업을 씻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동짓날. 12월 22일 사찰에 가면 이웃들과 함께 정을 나누며 팥죽공양을 할 수 있고 내년 달력도 한 부 얻을 수 있다.

<사진설명>지난해 동짓날 인사동 거리에서 시민들이 팥죽을 맛있게 공양하고 있다.

22일은 동지(冬至). 동지는 1년 중 가장 어둠이 긴 날이다. 그러나 이 날만 지나면 다시 밝음의 시간은 길어진다. 우리민족은 1년 중 밤이 가장 긴 이 날부터 움츠렸던 땅속 양(陽)의 기운이 다시 살아난다, 만물이 회생한다, 죽음을 이기고 새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길일(吉日)이라고 여겼다. 또 동지를 설, 한식, 단오, 추석과 함께 5대 명절로 꼽으며 ‘작은 설’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좬동국세시기좭에 동지를 아세(亞歲), 즉 ‘작은 설’로 표기한 기록에서 알 수 있다.


동지는 5대 명절 중 하나

대구 보현정사 주지 정혜 스님은 “동지 전야는 일반인 뿐 아니라 스님들에게도 중요한 날”이라며 “연말 연시를 맞아 젊은 스님들이 은사 스님이나 스승님을 찾아뵙고 일년동안 가르침에 감사를 표하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스님들에게도 큰 명절 중 하나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동지를 길일로 여기며 중요시 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는 동지를 태양이 새로 움직인다 해 경사스런 날로 여겼다. 이는 주나라가 통치 800여년 동안 동짓날을 설날로 삼았다는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나라 이후에도 동지 전날 밤을 동야(冬夜)라 하여 절마다 크게 불공을 드렸다 하니 이 시기 서양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동지’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동양에서 동지는 한해의 마지막이자 시작이란 뜻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서양문물이 수입되고 시대가 흐르면서 그 의의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요즘은 점차 사라지는 풍습이지만 불교계에서는 아직도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조상들의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 석관동 법륜정사 주지 희운 스님은 “동지를 대표하는 절기음식은 팥죽이 대표적인데 흔히 액운을 막기 위해 팥죽을 먹는다”며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다는 신앙적인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안 부럽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먹는 풍속은 좬형초세시기좭에 중국 공공씨(工工氏)의 아들이 동짓날 죽어 역질(疫疾)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그가 붉은 팥을 몹시 두려워했기 때문에 팥죽을 쑤어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능인선원 탄경 스님은 “동짓날에는 절마다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한해를 돌아보며 신년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날”이라며 “동지를 전후로 3일기도 또는 7일기도에 동참해 한해 마무리를 하는 것이 불자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팥죽을 쑤어 대중공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날 사찰에 가면 또 다른 대중행사 하나를 엿볼 수 있다. 내년도 달력을 대중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바로 그것.

좬동국세시기좭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달력을 관청에 올렸다 기록하고 있는데 이 풍속이 지금까지 이어져 사찰에서 신도들에게 내년 달력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참회의 날로 거듭나야

서울 약수암 원주 정화 스님은 “불자들은 동짓날 액막이를 위해 팥죽이나 팥시루떡을 만들어 먹는다는 마음을 갖기 보다는 한해를 정리하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참회의 마음을 가지며 이웃을 살필 수 있는 보살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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