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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인색함 가득찬 마음에

기자명 이미령

믿음-계행-법-지혜 채워라

복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보문품』의 내용을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해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의미가 참 새롭게 다가옵니다.

첫째, 아이가 없는 사람이 아이를 원한다면…이라는 내용에서는 남들이 세속적이라고 비난해도 좋으니 마음속에 소망을 품으라는 암시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들은 육근(六根)을 가진 중생입니다. 육근이란 눈, 귀, 코, 혀, 몸과 함께 마지막에 나오는 의지[意]를 합한 말입니다. 이 의지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의지를 지닌 사람이 바람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지요.

그리고 마음속에 간절한 바람을 품어보아야만 세상살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거나 전혀 다른 바람들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동병상련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앙숙인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한 배에 타고 있는 것이 세상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나는 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옆 사람과 손을 잡고 머리를 빌리기도 하고 때로는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경쟁을 해서 쾌재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분하게 무릎을 끓기도 할 것입니다.

세상이 결코 녹록하게 나의 행복과 편의를 위해 두 팔을 벌리며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하면서 우리는 정신적으로 성숙해 갈 것입니다.

둘째, 소망이 있으면 불보살님께 간절하게 예배하고 공경하라…라는 내용에서는 소망이 이루어지길 비는 자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배하고 공경하라는 말은 완전하게 선하고, 완전하게 바르며, 완전하게 성스럽고, 완전하게 깨달은 분을 불러내 그 앞에 일대일로 마주 서는 일입니다. 결투를 위해 마주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소연하고 소망을 빌려고 불보살님을 불러내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려거나 남을 해치려는 생각을 품을 수는 없습니다. 엎드려 간절히 소망을 고백하려면 먼저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고 마음속의 티끌을 비워내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부처님께서 안거를 마치고 다른 지방으로 떠나려 하시자 마하남이라는 제자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세존이시여, 언제 다시 부처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네가 나를 만나려면 다섯 가지를 수행해야 한다. 믿음을 가져라. 깨끗한 계행을 지녀라. 법을 자주 들어라. 인색함을 버리고 쉬지 않고 보시하라. 지혜로써 법의 깊은 뜻을 살펴라. 그리하면 나는 항상 네 앞에 있을 것이다.”(『잡아함경』 제33권(932))

이 다섯 가지를 차곡차곡 내 안에 쌓는 일이 예배와 공경이며, 그런 나의 ‘부름’을 불보살님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셋째, 『보문품』에서는 간절히 바라던 아들이나 딸을 낳아서 내가 행복해진다는 말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복덕과 지혜를 갖추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되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졌을 때의 행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숱한 사람들을 향해 크게 방향을 전환하기 때문입니다. 보란 듯이 낳아서 남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한풀이를 하게 해주려고 자식은 태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기는커녕 그 아이는 남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된다고 하니 이쯤되면 그 아이가 세속의 덧없는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보문품』이 가르치는 기복은 이런 내용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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