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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행자 최현오씨

기자명 최현오
전철-근무 중에도 ‘나무아미타불’

수행 후 자신감-가족 화목 되찾아


연말이면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또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하는 회한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고 이내 무기력증에 빠져 앓아 누운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새해를 맞을 때마다 계획을 세우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게 되자 늘 불평과 불만에 사로잡혀 남과 주위 환경을 탓하는 게 다반사였다.

오랜 세월 되풀이했던 이러한 생활은 3년 전 우연한 인연으로 마음속에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게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지방에서 올라온 친지의 손에 이끌려 얼떨결에 찾았던 청계산 정토사에서 만일염불결사회 창립 1주년 기념법회 초대장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되어 매월 첫 일요일과 세 번째 토요일에 정토사를 찾아 수행하는 염불행자가 된 것이다.

염불행자는 불·법·승 삼보를 믿고 진여자성을 믿으며, 인과를 믿고 아미타불과 극락의 존재를 믿는다는 네가지 신념을 가진다. 또한 베풀며 살고, 이웃과 더불어 살며, 감사하며 살고, 왕생을 바라며 살며, 불법을 호지하며 사는 것이 염불행자의 다섯 가지 행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절에 다니게 되면서 염불행자의 신행법을 지키고, 오악(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음주)을 행하지 않으려 가능한 방법을 나름대로 생각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2년이 흐르는 동안 아내는 얼마나 갈지 반신반의했고, 주위 사람들은 얼굴 색이 달라졌다며 비결을 물어오기도 했다. 염불수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바꾼 것이 음주 행태다. 3차까지 가는 술자리가 있어도 한 자리에서 석잔 이상 마시지 않고, 취하도록 마시지 않는다는 철칙을 세우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것만은 지키고 있다.

이것은 자동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정토사 법회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생긴 자기조율력 때문에 가능하게 됐다. 법회 참석과 염불 수행은 어느덧 온전한 나를 유지하고 세파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예방백신이 되었다.

출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몸이 닿을 때를 비롯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삿된 생각 역시 아미타불 염불을 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 염불수행은 집에서의 매사 행동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자주 있었던 부부싸움도 사라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절 수행을 겸하고 있다.

매년 성도재일을 맞아 시행하는 3000배 참회기도에 도전하기 위해 염불수행 3년이 다 되어 가는 2003년 12월 들어 아침 또는 저녁에 108배를 하고 있다. 염불수행과 절 수행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네 살 여섯 살인 두 아이도 따라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소극적이고 냉소적이던 태도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솔선수범형이 된 것이다. 주위에서 ‘너무 변한 것 아닌가’라고 걱정할 정도이니 수행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수행을 하면서 나와 내 가정을 위한 기도에 이어 남을 위한 기도도 할 수 있게 됐다. 기도 덕분에 아이을 얻으면 불자가 되겠다는 농반 진반의 약속을 받고 직장 동료를 위해 시작한 기도가 6개월쯤 되었을 때 임신 소식이 들려왔고, 출산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울지 않아 자칫 기도가 막힐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급히 차를 몰아 병원으로 가면서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상계동에서 목동까지 가는 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염불을 하며 병원에 도착하니, 이제 막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친구와 그 가족들은 임신을 위해 그리고 아이의 무탈을 위해 기도한 내게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 어찌 수행과 기도의 덕이 아니겠는가. 불교는 참으로 자비로운 종교다. 불교는 원래부터 내가 부처였음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깨닫기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는 자신의 마음에 의해 좌우되는 멋진 신앙인 것이다. <이대 동대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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