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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미래가 있는 지침서 돼야

기자명 신규탁
깨달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에 있어서 수행은 매우 중요한 종교행위 중의 하나이다.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작년부터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체계를 재정립하고 보급하기 위하여 여러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있다. 교계 전문가들에게 이미 설문을 돌려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이것은 백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의 설계로서 매우 바람직한 일인 동시에 불교계의 다른 종단에도 중요한 자극의 계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기왕이면 조계종 교육원 당국이 좀 더 고려했으면 하는 점을 몇 가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조계종이라는 종단 명칭 아래에 있는 전국의 사원들은 모두가 일률적으로 선종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는다. 과거의 역사적인 전통으로 보더라도 크게는 선종과 교종이 혼합되어 있고, 거기에다 염불수행을 비롯한 한국 고유의 종교사상과 습합된 여러 신앙형태가 공존한다. 이른바 통불교적인 전통의 연장선상에서 조계종에 속한 여러 사원들이 저마다의 상황에 적절하게 종교행사를 해 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전통으로 굳어진 것이다.

조계종 교육원에서 간화선 수행지침을 내놓으려는 저간의 의중에는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방 불교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비파사나수행법이 한국에 소개되어 일반인은 물론 심지어는 출가수행자들에게 까지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비하여 간화선은 난해하다는 평을 계속 듣고 있다. 거기에다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을 해 오고 지도하던 제방의 방장스님들이 하나 둘 입적하게 되고, 그렇다고 간화선에 대한 종단적인 차원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현실들을 고려할 때에 선원을 이끄는 큰스님들이 수행방법에 대하여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하여 급기야는 교육원이라는 행정기관을 통하여 간화선 수행의 방침을 정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는 상황이 오고 말았다.

그런데 수행이란 이렇게 행정적인 지침이나 계통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행을 직접 담당하는 수행자 각자의 삶이 투여된 종교적인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러한 수행의 입장을 공유하는 수행자 집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큰 본사를 중심으로 하는 선방에서는 그런 수행자 집단이 있지만, 전국의 각 사원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조계종의 교육원이 수행지침으로 간화선에 관한 방안을 제시하게 되면 조계종 전체가 간화선을 본종단의 수행이나 신앙 활동의 제일법칙으로 채택하여 선포하는 듯한 인상이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의 개별 사원이나 포교당에서 작금 진행되는 여러 불사를 보자. 참선 수행은 그 많은 불사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많은 부분은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고, 그러한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자신이나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신앙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엄연히 현존하는 데 간화선 수행지침이 만들어지면 일선의 신도들은 많은 혼란을 격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간화선 수행의 보급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눈앞에 놓인 과제는 조계종 종단의 수행 지침이 우선적으로 검점되어야 한다. 그런 속에서 전문수행자들의 수행법인 간화선에 대한 지침도 마련되고 그것을 신도들에게 확산하는 작업이 순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실제 수행을 하는 선사스님들과 충분한 논의와 연구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번의 기획이 하나의 시작이 되어야지 여기에서 성급하게 결과를 내려고 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기 어렵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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