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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은 결코 어렵지 않다”

기자명 지운 스님
최근 ‘간화선의 정체성이 위기’라고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행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속박’에서 ‘해탈’로, ‘생사’에서 ‘열반’으로 변환하는 것이 수행하는 궁극의 목적이다.

오늘날 간화선이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삶을 바꾸는 데 있어서 ‘간화선 수행’은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화선 하기가 왜 어려운가’를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 누누이 강조하건데 ‘간화선 수행’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간화선에 접근 하는 방법이 어렵기에 ‘간화선 자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것이 간화선 자체가 문제인양 와전되고 있는 것이다. 간화선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면, 그 첫째로 사회가 한문 세대에서 한글 세대로 바뀌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둘째로는 교리적 이해의 부족을 들 수 있으며 셋째로는 그 동안 간화선에 비견될 수 있는 수행법이 없었거나 간화선 수행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수행법의 결여에서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넷째로는 계율에 대한 몰이해 역시 간화선이 어렵게만 인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화선의 위기의 이유로 제시한 첫째 문제는 ‘언어와 문자’에 관한 것으로 풀어 말할 수 있다. 그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익힌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를 습득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간화선은 한문 문화권의 수행법이다. 당연히 한글세대의 사고유형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문의 추리유형은 원추형 추리라고 한다. 어떤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증명하는 방식이다. 직선적 논리 유형이 아니다. 그래서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들어올 때 불교 인식논리학인 ‘인명’과 심층 심리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한 ‘유식 사상’이 중국에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한문은 구체적이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중국인의 사유 방식에 있어서 선이 적합했던 것이다. 중국인들은 ‘불입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하는 수행법인 선을 택했다. 때문에 선은 한문 문화권의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납득이 가고 그 코드가 맞았던 것이다. 그래서 선은 당송 시대에 찬란한 문화를 일구어낸 배경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선은 다른 불교 종파를 제치고 중국 전역을 뒤덮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시대는 한글세대이기에, 우리들의 사고 패턴은 이미 달라져 있고 교육은 서구적인 논리와 체계를 익히는 데 집중돼 있다. 이러한 연유로 ‘한문 문화의 사고방식’과 다른 데서 오는 괴리감은 간화선과의 거리감을 더욱 멀게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된다.

이제 간화선에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중국 당송을 지나 원나라로 접어들면서 간화선은 대중화되어 있는 염불 수행을 받아들여 ‘염불하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수행 방법이 등장하였다. 이렇듯 이제 시대가 달라졌기에 간화선 하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방식도 직관적으로 말을 아끼기보다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 막무가내로 좌선한 채 수행하면 된다’는 식의 지도는 오히려 선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거나 발심한 불자들을 엉뚱한 길로 가게 만든다. 선하는 방법을 이해한 뒤 실참실수할 때 언어나 문자를 뛰어넘어 ‘직지인심’하기가 쉽다 할 것이다.

교리적 이해의 부족 역시 간화선이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유라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화선이 명료하고 직접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너무 가볍게 취급당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교리적 배경을 모르기 때문이다.


지운 스님/전 송광사 강원 강주

bhud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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