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특집-원숭이와 불교

기자명 안문옥

지혜의 상징…정법 수호에 앞장서

올해는 갑신(甲申)년 원숭이 해이다. 원숭이는 십이지의 여덟 번째 동물로 오후 3시에서 5시까지의 시간을 상징하며, 방향은 서남서, 달(月)은 음력 7월에 해당된다. 원숭이가 십이지에 속해 있는 이유는 재주만 믿고 노력하지 않는 소인배가 되기보다는 노력을 더하는 참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일반적으로 원숭이는 다른 동물에 비해 지혜 혹은 꾀가 많은 얄미운(?) 동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불교 경전과 설화에 나타난 원숭이는 지혜롭고 총명하며 용맹한 동물로 묘사된다.

『육도집경』에는 부처님의 전생이 원숭이의 왕으로 그려졌다. 5백 마리 원숭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을 때 원숭이 왕은 임금의 궁전으로 들어가 과일을 먹도록 명령했다. 이를 알아챈 임금이 노발대발하여 5백 마리 원숭이를 모두 죽이려 하자 원숭이 왕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원숭이들에게 과일을 먹으라고 지시한 것은 자신”이라며 “원숭이들을 용서하고 대신 자신이 임금의 아침상 반찬이 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임금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너의 고귀한 보시정신은 설산(히말라야산)보다 더 높다”고 감탄했다. 그 원숭이 왕이 바로 부처이며 5백 마리의 원숭이는 부처님의 5백 제자라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이차돈 순교에 대해 설명하며 “곧은 나무가 부러지고 원숭이가 떼지어 울었다”는 기록이 있다. 즉 원숭이가 인간과 같은 지혜를 갖춘 영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혜로움의 상징으로 표현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탐욕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함경』에는 물에 비친 달을 탐내던 원숭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달을 꺼내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교 경전만 아니라 불교 문화권에는 원숭이가 종종 이야기 소재가 된다. 인도나 스리랑카 등의 불교국가에서는 원숭이를 신격화하기도 했다.

고대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하누만 원숭이’는 마왕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라마신이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해 사람들에게 선한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의 여러 사찰에서도 원숭이상과 그림, 조각 등을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원숭이와 불교 얘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게 하나있다. 바로 『서유기』다. 명나라 때 오승은(吳承恩)이 썼다는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 ‘날아라 수퍼보드’ 로 제작, 방영되면서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숭이의 지혜를 대표하는 손오공은 당(唐)나라 황제의 칙명을 받고 지금의 인도(서천)로 불전(佛典)을 구하러 가는 현장법사를 수행한다.

손오공은 공중에서 구름을 타고 돌을 날리며 여의봉을 휘두르는 신통력을 소유하고 약자를 돕는 영웅으로 묘사된다. 특히 『서유기』마지막 부분에 손오공은 절벽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떨어지는데 관세음보살의 법력(法力)으로 성불(成佛)한다고 그려진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보광 스님은 “절의 추녀 혹은 계단에 원숭이 상이 있는 것은 잡념을 없애고 마음속의 악한 마음을 몰아내 사심(邪心)에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자 수단이라 풀이할 수 있다”며 “깨달음을 흉내 내는 원숭이는 숲 속에서 수행정진하는 이들의 친근한 도반”이라고 설명했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