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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 기독교 독살설’에 스리랑카 격노

기자명 탁효정
  • 해외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소마 스님 러시아 방문중 갑작스레 사망

‘반 기독교 정서’ 폭발…교회 습격 잇따라


스리랑카 불교인들의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소마 스님(57)이 지난 12월 12일 러시아에서 갑작스럽게 입적한 후 스리랑카가 큰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소마 테라 스님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직후부터 스리랑카 불교계와 현지 언론에서는 ‘기독교인에 의한 독살설’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진설명>12월 24일 콜롬보 시내에서 열린 소마 스님 다비식에 수천명의 불자들이 참가했다.

러시아와 스리랑카 정부의 부검결과 미발표와 감추기식 수사 등으로 스님의 사인(死因)이 계속 미궁 속으로 빠져들자 분노에 찬 불교인들은 급기야 교회를 습격하고 기독교 사이트를 테러하는 등 기독교에 대한 전면공격에 들어갔다.

AFP 통신 12월 25일자에 따르면 스님의 다비식이 열린 12월 24일 콜롬보 시내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수천명이 시위에 참가한 이날 시위에서 15명이 부상을 입었고 4명의 주동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현재 스리랑카 전국 교회에는 정부군과 경찰이 배치돼 있는 상태이다.


불교 민족주의자 스님 사망

대다수의 스리랑카 불교도들은 소마 스님의 사인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와 스리랑카 정부는 스님의 사인을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발표했지만 스님을 수행하던 관계자들은 스님이 몇주동안 배의 통증을 호소하다가 죽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원월드(Oneworld)지 또한 12월 23일자에 “10월 10일 러시아에 도착한 스님은 곧 아프기 시작했고, 몇주간 침상에 있다가 12월 12일에 결국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보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소마 스님의 부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불교인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 재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부검결과 미공개로 의혹 부추겨

애초에 러시아 정부는 스님의 시신 중 심장 등 장기기관을 빼고 양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교계의 전국적인 항의가 극렬하게 이루어지자 결국 12월 18일 스님의 시신 전체가 콜롬보에 도착했다. 원월드지는 “스리랑카와 러시아 정부가 소마 스님의 사인이 타살로 밝혀질 경우 발생하게 될 엄청난 혼란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을 초청한 단체와 인물이 기독교인들이었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소마 스님은 상트페테스부르크에 있는 국제금융연구대학(IUFS)의 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고, 스님을 초청한 인물은 바로 IUFS 교구의 렉터 목사였다. 또 러시아 IUFS와 스님의 연결을 주선한 랄리트 고딸라왈라는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기독교계 인물이다.

스리랑카 불교도 의회 회원인 메다나단다 스님은 “렉터 목사와 랄리뜨 고딸라왈라가 ‘숨겨진 동기’를 가지고 스님을 러시아로 초청한 것이며, 기독교근본주의자들은 그동안 스님을 암살대상자 1호로 지목해왔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 불교-민족주의자의 대표적인 인물인 소마 스님은 그동안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기독교인들의 부당한 선교행위’에 대해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독교인들이 소수민족인 타밀족 빈민층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신 기독교 개종을 요구하고 있으며, 타밀족 주거지에 거점을 마련하고 스리랑카 내전에 깊게 개입함으로써 스리랑카의 평화로운 화합에 커다란 폐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스리랑카 내전이 지속돼온 지난 20여년간 타밀족에 의해 싱갈라족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암살, 테러를 당해왔다는 사실 또한 스리랑카 불교도들이 소마 스님의 암살당했다고 믿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원월드 지는 “1990년대 호주 불교계의 지도자 등 수많은 불교 인사들이 타밀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희생돼왔다고 스리랑카 불교도들은 주장한다”고 전했다.


불교-기독교 대립 첨예화

소마 스님의 갑작스런 죽음은 스리랑카 내에서 고조되고 있던 반기독교 정서에 기름을 부은 역할을 했다. 앞으로 스리랑카 불교 민족주의와 기독교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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