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경전 모음집’
꼼꼼한 ‘경전 색인’ 백미 당대 한국 대표한 명저
1963년 법통사에서 간행된 『우리말 팔만대장경』은 방대한 대장경 가운데 교리, 사상적으로 정수만을 가려 뽑아 누구나 쉽게 대장경 전체의 내용과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한 우리나라 최초의 ‘경전모음집’이다.
이 책은 1960년대 초에 엘리트 청년불자들의 신행단체인 ‘대한불교청년회’에 의하여 기획 간행되었는데 당시 그들로서는 불교청년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전(聖典)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한 강렬한 지적욕구를 갖고 있었던 대한불교청년회의 핵심 멤버들은 우선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불교성전’이나 ‘경전 모음집’류의 필요성을 느끼고 법통사와 협의하여 불교성전과 같은 현대적인 대장경을 만들기로 기획했다. 그들은 권상로, 김동화, 이운허, 김법린, 법정 등 불교계와 어학계의 학자들을 모아 ‘성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한 뒤, 한역 대장경에서 교리, 사상적으로 중요한 문구를 뽑고, 또 한문불교용어의 적절한 우리말 번역어를 찾아서 독창적인 『우리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당시 한국불교계 전체가 합심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이것은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이 간행되기 이전의 일로써 번역과 교열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개척자적인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한국불교의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인도 근본불교의 중요한 기본교리를 잘 뽑았다는 것이다. 즉 한국불교가 중시하는 『금강경』, 『화엄경』 등을 비롯한 대승경전에서는 사상적인 부분을, 초기불전인 『아함경』 등에서는 교리적인 부분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훈적이며 실천적인 명구들을 뽑았는데, 번역 문체가 종교적 존엄성과 신비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문체로 간결하게 번역되어 있다.
또한 부록에서는 간략하지만 인도, 중국, 한국의 불교사(불교유통사)를 새롭게 정리 수록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세밀한 색인 구성’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역출(譯出)경전색인’에서는 발췌한 경전의 전거를 자세히 밝혀서 설법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훈화(訓化), 생활색인’에서는 독특하게 내용을 파악하여 색인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관심가는 주제나 대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점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 출판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것이다.
『우리말 팔만대장경』이 출간되자 불교계는 물론 문화, 언론계에서도 대단히 크게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출판계 역시 그 해 가을 일본 도쿄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출품했으며, 군사정부의 박정희 의장 역시 민족적 자긍심을 되살렸다는 의미에서 금일봉을 보내 오기도 했다.
나는 『우리말 팔만대장경』을 볼 때마다 이 책의 기획 편집자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 시대 어떻게 이와 같은 색인을 구상할 수가 있었는지 자못 의아하기 만하다. 그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훗날 우연히 안 사실이지만 그는 다름 아닌 탄허 스님의 『화엄경』을 편집한 손창대 씨(국민대 교수)였다. 그가 이 책의 편집 책임자였다는 사실에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과 나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1년 이상 한 방에서 숙식을 함께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신국판 양장, 1,150쪽.
윤창화/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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