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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대한불교청년회’의 『우리말 팔만대장경』

기자명 윤창화
  • 불서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우리나라 최초의 ‘경전 모음집’

1963년 대한불청 주도로 교리·사상 한 권에 집대성

꼼꼼한 ‘경전 색인’ 백미 당대 한국 대표한 명저


1963년 법통사에서 간행된 『우리말 팔만대장경』은 방대한 대장경 가운데 교리, 사상적으로 정수만을 가려 뽑아 누구나 쉽게 대장경 전체의 내용과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한 우리나라 최초의 ‘경전모음집’이다.

이 책은 1960년대 초에 엘리트 청년불자들의 신행단체인 ‘대한불교청년회’에 의하여 기획 간행되었는데 당시 그들로서는 불교청년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성전(聖典)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한 강렬한 지적욕구를 갖고 있었던 대한불교청년회의 핵심 멤버들은 우선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는 ‘불교성전’이나 ‘경전 모음집’류의 필요성을 느끼고 법통사와 협의하여 불교성전과 같은 현대적인 대장경을 만들기로 기획했다. 그들은 권상로, 김동화, 이운허, 김법린, 법정 등 불교계와 어학계의 학자들을 모아 ‘성전편찬위원회’를 구성한 뒤, 한역 대장경에서 교리, 사상적으로 중요한 문구를 뽑고, 또 한문불교용어의 적절한 우리말 번역어를 찾아서 독창적인 『우리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당시 한국불교계 전체가 합심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이것은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이 간행되기 이전의 일로써 번역과 교열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개척자적인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한국불교의 특색을 잘 살리면서도 인도 근본불교의 중요한 기본교리를 잘 뽑았다는 것이다. 즉 한국불교가 중시하는 『금강경』, 『화엄경』 등을 비롯한 대승경전에서는 사상적인 부분을, 초기불전인 『아함경』 등에서는 교리적인 부분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훈적이며 실천적인 명구들을 뽑았는데, 번역 문체가 종교적 존엄성과 신비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문체로 간결하게 번역되어 있다.

또한 부록에서는 간략하지만 인도, 중국, 한국의 불교사(불교유통사)를 새롭게 정리 수록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세밀한 색인 구성’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역출(譯出)경전색인’에서는 발췌한 경전의 전거를 자세히 밝혀서 설법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훈화(訓化), 생활색인’에서는 독특하게 내용을 파악하여 색인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관심가는 주제나 대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점은 첨단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 출판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것이다.

『우리말 팔만대장경』이 출간되자 불교계는 물론 문화, 언론계에서도 대단히 크게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출판계 역시 그 해 가을 일본 도쿄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출품했으며, 군사정부의 박정희 의장 역시 민족적 자긍심을 되살렸다는 의미에서 금일봉을 보내 오기도 했다.

나는 『우리말 팔만대장경』을 볼 때마다 이 책의 기획 편집자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 시대 어떻게 이와 같은 색인을 구상할 수가 있었는지 자못 의아하기 만하다. 그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훗날 우연히 안 사실이지만 그는 다름 아닌 탄허 스님의 『화엄경』을 편집한 손창대 씨(국민대 교수)였다. 그가 이 책의 편집 책임자였다는 사실에 나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과 나는 이런 저런 인연으로 1년 이상 한 방에서 숙식을 함께 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신국판 양장, 1,150쪽.


윤창화/민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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