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사찰 재정 공개할 때”
“이제는 사찰 재정 공개할 때”
  • 공종원
  • 승인 2004.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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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교계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 주지 스님이 사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다음에 그 돈을 갚지 않고 달아나는 바람 사찰이 금융기관으로 넘어가는 불상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실을 보도한 기자는 이런 상황에 몰린 사찰을 빈껍데기 주식인 ‘깡통계좌’에 비해 ‘깡통사찰’로 비유 했는데 가슴은 아프지만 아주 적절한 비유인 것 같다. ‘깡통계좌’는 주식시장에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모두 처분해도 증권사의 융자금을 다 갚지 못하는 빈털터리 계좌를 지칭하는 말이다. 곧 깡통계좌는 대금의 결제능력이라든가 신용상환 능력이 부족한 데도 무분별하게 금융거래에 뛰어들어서 생겨나는 것으로 개인뿐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피해를 입히는 존재다. 그런 금융계의 고약한 망나니인 ‘깡통계좌’에 맞먹는 불교계의 불량아가 바로 ‘깡통사찰’이다.

기자는 그 깡통사찰의 대표적 예로 서울 정릉의 준 전통사찰 녹야원을 들었다. 그 절의 주지가 사찰 명의의 주식회사와 법인을 만들어 사찰이 개인소유인 것처럼 속여 금융권에서 수십 억원을 대출받았다. 거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주지는 대출금 일부를 갚고 다시 대출을 받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사찰의 재산가치보다 많은 대출금을 챙겼다. 그리고 그 주지는 사찰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틀림없이 그는 애초부터 수행보다는 돈을 목적으로 스님행세를 한 것이겠고 필경 목적을 달성했으니 수행자의 탈을 벗고 숨어서 살 것이 분명하다. 종단도 속이고 신도들도 속였으며 결국엔 사회와 부처님까지 속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류의 사찰이 이곳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찰들이 이런 식으로 종단의 재산에서 사라지고 있다.

사찰 주지가 마음먹고 돈을 빼돌리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런 불행이 닥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선의로 불사를 한다고 사찰을 담보로 금융권의 채무를 졌다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채 갚지 못하게 되어서 사찰재산을 내어놓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불자들이 들으면 신심 떨어지는 이야기지만 그러나 엄연히 우리 불교집안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대로 간과할 수 없다. 애초에 돈독이 오른 악덕 스님이 없어야겠지만 스님의 전횡과 재산유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안장치가 종단이나 개별 사찰별로 마련되지 않으면 안되겠다. 과거 종단 운영에 관여한 중진스님들이 서울 강남의 봉은사 땅을 처분한 일은 요즘도 불쾌한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지만 그때는 그래도 재정이 어렵던 종단 운영비와 동국대 부지를 확보해야한다는 목적이 있어서 그랬다는 이야기라도 들린다.

요즘같이 세상이 영악해지고 투명해진 세상에서도 깡통사찰을 만드는 사기수법과 엉터리 경영이 불교집안에서 횡행한다니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을 이용해 한몫 재산을 챙기려는 가짜 수행자가 있다는 것도 불쾌하지만, 그런 불행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투명한 사찰경영이나 사찰재산을 담보로 삼을 수 없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사찰재산은 이른바 삼보정재라고 해서 사찰운영을 책임 맡은 주지라도 함부로 쓰지 못하는 무서운 돈인데 이렇게 허투로 또 탐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불자들, 부처님을 욕보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스님들의 청정수행정신이 다시 요구되는 것 못지않게 사찰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소속 사찰 불자들이 사찰운영에 공동으로 공개적 책임을 지게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공종원/언론인
gong007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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