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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법치국가 맞나

기자명 연기영
‘수지김 사건’에 이어 ‘진승현 게이트’와 ‘윤태식 게이트’를 보면 마치 우리 나라가 ‘게이트 공화국’인 듯 싶다. 임오년의 새아침이 밝아 오지만 왠지 우리사회는 갈수록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정치·경제·사회의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앞이 불투명하고 안개에 쌓여 있다. 심지어 무엇하나 진실대로 밝혀질 것 같지 않다는 박탈감과 허무주의에 사로잡혀 지난해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이 흉악한 살인범을 간첩으로 변조하는 정치공작을 총지휘했고, 국정원 2차장이 진승현의 구명운동 명목으로 엄청난 로비자금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사정기관인 청와대 민정 수석시절 역시 검은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법무차관이 구속되었다. 한마디로 작금의 대한민국은 총체적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게다가 ‘진승현 리스트’와 ‘윤태식 리스트’까지 등장하고 있어 정계와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공권력 범죄 공소시효 없애라



그런데 ‘수지김 사건’의 총지휘자에게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두환 정권 하에서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씨의 경우 본인이 “수지김 사건을 지휘했고 책임을 느낀다” 고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형사처벌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 곁가지로서 하수인에 불과한 국정원 대공수사국장과 경찰청장을 지낸 사람들만 구속된 상태이다 주범(主犯)은 무사하고 종범(從犯)만 잡혀간 셈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나라가 ‘건강한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윤태식 주연·장세동 연출’로 조작된 ‘수지김 사건’은 분명히 반인류적 범죄이다. 공권력을 악용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공직자에게 공소시효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은 법은 결국 강자의 편이라는 ‘법의 계급성’을 연상케 한다. 법이 추구하는 정의구현과 인권보장의 이념에 배치되는 것이다.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법의 이념인 정의를 짓밟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분단상황에서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를 팔아먹은 ‘지배이데올로기 조작사건’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민주주의적 정통성이 취약했던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들은 대공사건 조작을 통해 체제위기를 넘기려고 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정권위기가 있을 때마다 간첩사건이 발표되고 좌경용공사건이 등장한 경우를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승만이 저지른 조봉암 처형, 이승만의 경쟁입후보자 최능진의 처형을 비롯하여 박정희 정권하의 ‘동백림 사건’, ‘최종길 교수사건’, 등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수지김 사건’을 단순한 살인사건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민주주의 헌정사를 굴절시킨 ‘반역사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수지김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태식의 독버섯’은 그 후 정·관계 고위 인물들에게 파고들었다. 윤태식의 벤처기업을 급성장시키는데는 많은 정·관계 인물들이 후원자 역할을 하고 주식이나 현금으로 받아 챙겼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반사회 반인륜 범죄 단죄를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나라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국제인권법에서는 반인륜적 범죄에는 공시시효를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정의의 강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지김 사건’을 총지휘한 자들에 대한 단죄(斷罪)가 있어야 한다.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작업이 이승만의 방해로 무산된 것과 같은 ‘역사의 굴절’현상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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