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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④

기자명 정태혁

숨이 편안해지면 몸-마음도 가뿐

나에게서 숨이 나가고 나에게서 숨이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면 마음이 주인이 되었으니 모든 사물은 나의 것이 된 셈이다. 내가 주인이 되었으니, 나 아닌 것이 없다.

실체 없는 이 마음이 나의 주인이 되었으니 나의 주인은 무아(無我)의 아인 것이다. 무아로써 아를 보고 무아로써 본체 대상을 보고 있으니, 나 아닌 것이 없고 나와 남의 일체는 무아 그대로다.

그야말로 공(空) 그대로이니, 공이 곧 색(色, 일체) 아님이 없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을 보았으니, 본체 사물의 인연을 본다. 생사의 인연을 보았으니 법을 본 것이 된다. 법을 보았으니 일체의 생멸을 자재로이 하게 된 것이다. 생사가 마음에서 일어난 그림자의 끝임을 알게 되었으니 다섯 가지 즐거움이나 여섯 가지 괴로움도 모두 끊어진 것이다. 이 어찌 즐겁지 않으랴.

네번 째 공덕으로는 그릇됨이 없어지고 청정함을 얻는다.

일체의 심의 작용이 없어졌으므로, 마음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그릇된 것이 자연히 없어지고, 어리석은 짓이나 일체의 악함이 억제된다. 마음이 고요한 곳에 머무르게 되면 모든 사물의 실체를 보게 되고 자기가 주인이 되어 사물을 자재로이 쓰게 될 것이니 이것이 지(止)에서 관(觀)을 거쳐서 환(還)으로 돌아와서 정(淨)에 머문 것이다. 악한 마음을 관찰하여 그것을 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깨끗하고 착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린다. 그 길로 나아가게 되면 도를 이루게 된다. 그것을 자세히 설한 것이 37도품경의 37가지 수행이다. 나쁜 것을 제거하는 것은 깨끗한 본래의 성품으로 돌아오는 것이 된다. 출세간도에서 지혜를 얻는 수행이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방법이다.

다섯 째는 인연법에 따르고 그것을 넘어선다. 숨이 들어오는 것은 숨이 나가기 때문이며, 숨이 나가는 것은 숨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있어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다. 이러한 인연법 그대로 우리는 호흡을 하고 있으며, 삶도 그렇고 죽음도 그렇다.

그러므로 숨의 출입은 들고 남이 없이 들고 나가는 것이며, 죽음과 삶도 생사가 본래 없는 속에 생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숨의 출입이나 생과 사는 인연법 그대로요, 그 인연법을 통해서 생사가 없는 세계, 출입이 없는 세계로 가서 자유자재한 청정한 세계에 머문다. 이것은 인연법에 따르면서 인연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아니파나시티는 이러한 세계의 실천이다.

호흡을 통해서 호흡을 떠나고 인연을 통해서 인연을 떠났으니, 그것이 지극히 고요한 열반의 세계다.

이러한 열반의 세계에도 머물지 않겠다는 것이 대승불교다. 대승불교의 극치에 이른 교설을 보이고 있는 좬금강정경(金剛頂經)좭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보리수 밑에서 붓다가 무식정(無識定, asphanaka-samadhi)에 들어 있을 때 일체제불이 경각하여 말하기를 ‘그대는 일어나거라,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무식정이란 사선(四禪) 중의 높은 단계로서 비상비비상처정(非想非非想處定)으로 통하는 경지다. 그때에 붓다는 일체여래의 가르침에 따라서, 진리에서 일어나서 비상비비상처에 그치지 않고 무진(無盡)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무진정이 바로 공의 세계요, 청정한 세계요, 중생구제의 지혜방편이 있게 되는 여래의 세계요, 지혜와 자비가 같이하는 보살의 세계다.

이상과 같이 호흡을 관하는 수행의 공덕을 간략히 일부를 소개했으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많은 공덕이 있음을 경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상으로 좬안반수의경좭에서 설하는 아나파나사티법에 대한 소개를 끝내겠으나, 이들 여섯 가지 문은 첫째 문인 수를 헤아리는 것으로부터 점차로 올라가서 청정한 세계에 이르도록 여섯 단계로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낮고 높음은 단지 방편에 지나지 않고, 어느 것이나 궁극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수를 헤아리는 수식문(隨息門)에 철저하면 그것이 점차로 수(隨)와 지(止)와 관(觀)과 환(還)과 정(淨)으로 이어진다.

여섯 문은 각각 다른 문이면서 하나로 통하는 것이다.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제 간략하게 소승불교시대의 대표적인 수행법의 하나인 ‘아나파나사티’법 소개를 마친다.


다음으로 이것을 바탕으로 하여 더욱 철저히 체계화한 수행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정태혁/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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