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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 “새 마음으로 수행 정진 다짐하는 날”

기자명 안문옥

불교와 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첫머리, 첫날이라는 의미를 지닌 설에는 고향, 친지를 찾아 떠나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사진설명>지난해 부산 삼광사에서 열린 불교식 합동 차례.

정월 초하루, 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대웅전을 비롯해 극락전, 명부전 등에 새해를 알리는 풍성한 과일과 떡국을 올리는 특별공양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사찰에서는 일반가정에서처럼 차례를 지낸다. 스님들은 다같이 모여 부처님께 삼배씩 세배를 올리고 난 뒤 입적하신 노스님과 시방삼세의 영가들에게 새해음식을 공양하는 차례를 간략하게 진행한다. 이후 스님들은 자신의 은사 스님을 찾아가 인사하기도 한다.

대구 관음사 회주 우학 스님은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불자라면 단연 지난해동안 불자로써 지켜야 할 계율 등 부처님 법에 어긋나게 행동한 것을 참회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불법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하는 날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날, 불교에서 행해지는 세시풍속에는 ‘법고(法鼓)’를 빼 놓을 수 없다. 스님들이 법고를 치며 집집마다 방문해 염불하며 권선(勸善)하는 것이다. 이때 스님들은 염불을 하며 손수 만든 떡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이 떡을 승병(僧餠)이라 한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소장 적문 스님은 “이 승병을 먹으면 한해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전해진다”며 “이때 승병을 나누어주는 의미는 떡 속에 부처님의 가피를 실어 속가에 전하는 자비심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정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각 가정마다 차례를 지내게 된다. 조선시대 각종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초기까지만 해도 대다수 민중들이 불교식 가례(家禮)로 의식을 행했다고 전해진다. 민속학자들 또한 ‘차례‘가 불교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고있다. 그러나 정작 차례의 예법은 유교의 것을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자가정에서는 차례상을 차릴 때에는 우선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으로 준비하되 나물과 과일을 기본으로 하고 육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지방 또는 당파, 시대에 따라 차례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교식과 크게 대조되는 것은 우선 술을 차(茶)로 대신하고 고기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 큰 과일이 좌우로 배치되고 밤, 대추같이 작은 과일은 중앙에 놓고 상단과 중단 사이 좌우는 꽃으로 장식한다. 또 절은 세 번하는 것이 올바른 불교식 차례법이다.

불교전통문화원 원장 선혜 스님은 “불자가정이라면 불교식 차례상 차리기를 통해 불교전통의식을 계승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며 “혼례의식과 함께 하루 빨리 고쳐야 할 의식 중 하나가 바로 차례법”이라고 강조했다.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친지들이 모두 모여 덕담을 주고받으며 세배를 하는데 그 방법이 불교에서 절하는 법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오랜 전통처럼 이어져 오는 윷놀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정월 초하루 놀이다. 불교에는 윷놀이와 매우 흡사한 놀이 ‘점찰참법’이 있다. 불교의 참회방법을 수록한 경전 좬점찰경좭에 그 놀이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이 놀이는 나무로 깎은 윷을 이용해 과거의 선악 업보와 현재의 고락·길흉을 점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참회하고 감사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정월에 즐기는 윷놀이를 불교적으로 개조한 윷판, 성불도 놀이도 있다. 이는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던 것을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종합한 것인데 일종의 불교식 승경도다. 주사위를 던져 수행단계를 점령하기도 하고 잘못하면 육도(六道)에 떨어지기도 한다. 이 놀이는 불교 수행차제(修行次第)는 물론 불교근본사상, 염불 정진의 권장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불가에서는 정초에 자주 즐기는 일종의 ‘수행놀이’로 손꼽히고 있다. 성불도 놀이는 참여하는 모든 이가 성불할 때까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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