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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라이 불교대학원 교수 성원 스님

기자명 권오영

“응용분야 주력해야 한국불교학 발전”

대학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라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한국 학자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교수가 된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전공 실력은 제쳐놓더라도 언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룡사 성원〈사진〉 스님. 그는 3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LA 시라이 불교대학원(HSI LAI UNIV.)의 교수채용 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교수로 채용됐다. 세계불교학의 신흥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에서 불교대학원이 개설된 학교가 4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성원 스님이 교수로 채용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89년 출가, 서울대서 석사 취득

“한국불교학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학생들이 한국불교를 동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불교학자를 제치고 당당히 미국에서 불교학을 강의하는 성원 스님은 아이러니하게도 불교학에 매료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집안에 출가한 스님이 몇 분 계실 정도로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성장한 스님이지만 맹목적인 믿음은 거부했다. 또 현대적 감각이 떨어지는 불교 언어는 ‘불교를 고리타분한 종교’로 여기게 했다. 스님은 이때부터 불교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85년 스님이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불교는 현실적인 부분에 만족을 주지 못하는 ‘뜬구름잡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위스콘신 대학원서 불교학 공부

“불교는 현대인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조차 일반인 대다수가 모르는 보편성이 떨어지는 것들이었습니다.”

삶과 현실에 대한 갈등에서 고민하던 스님은 89년 돌연 출가를 결행했다. 불교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스님은 비교적 구체적이라 여겨졌던 서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그 해 서울대 대학원 철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서양철학 역시 스님에게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군법사로 군생활을 마친 스님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남아와 유럽 등지로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세계여행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스님이 외국어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96년 미국 하와이 대원사에서 상임법사로 소임을 맡기 시작한 스님은 이때부터 법회 준비를 위해 불교를 공부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문헌학이 발달한 위스콘신 대학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불교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문헌연구를 위해 범어, 팔리어 한문, 티베트어 등 고대언어를 강조하는 위스콘신대학에서 스님은 우선 현대어와 고대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원전을 독파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스님이 이 때 배운 언어만 해도 고대언어를 비롯해 영어, 일어, 중국어, 불어 등 9종의 언어. 원전을 연구하고 다양한 판본의 경전을 읽으면서 스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교에 대한 갈증을 조금씩 해소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불교 연구는 호교적 입장에 서서 연구하는 반면 미국은 교리를 철학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토론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런 연구경향을 익히면서 교리를 비판적 시각에서 해석함으로써 형이상학이 아닌 현실적 시각에서 불교를 바라볼 수 있게 했습니다.”


‘중국 불교 교판사 연구’로 박사

스님은 세계적인 석학인 미노르 기요다 교수, 비네만 교수 등 영향을 받으며 차츰 자신의 연구의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비판주의 사상에 입각해 현실적인 시각에서 불교를 접근했던 기요다 교수는 스님이 그 동안 불교에 갖고 있었던 부정적인 시각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게 했다. 이들 세계적인 석학으로부터 차례로 지도를 받은 스님은 2002년 중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국불교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중국불교 교판사 연구’라는 논문으로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님이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둔 것은 중국불교사를 통해 일본과 서구 불교학자들이 중국불교를 종파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종파불교가 발달한 일본과 기독교적 종파주의에 영향을 받은 서구학자들은 중국불교도 종파주의적 성격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불교의 역사 연구를 통해 통불교적 성격이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대인에 삶의 방향 제시할 터”

오는 7월 여름학기부터 시라이 불교대학원에서 ‘한국과 일본불교 비교’를 강의하는 성원 스님은 한국불교학은 현대인들에게 적절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불교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응용학문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불교가 응용학문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불교적 관점에서 현대인들의 삶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지요.”

“앞으로 한문, 범어, 빨리어, 티베트어 등으로 된 고문들을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성원 스님은 “한국불교가 세계화하는 것은 우리 것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의 장점을 역으로 받아들여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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