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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하와이대 데이비드 깔루빠하나 교수

기자명 허인섭

용수-세친 철학분석…불교철학사 재해석

“기존 철학사, 붓다 본래 이론 왜곡” 주장

조동종-임제종 비교…선불교 전통 연구

“미국식 실용주의로 접근” 비판 받기도


깔루빠하나(David J. Kalupahana)의 불교 이해는 기존 서구 불교계에서 보여주었던 불교 이해방식과는 매우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용수와 세친에 관한 새로운 해석으로부터 비롯된 그의 후기 불교철학이론은 사실 무반성적으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유지되어온 많은 불교 연구방식 혹은 여러 불교종파의 교리에 대한 강한 비판이었다. 또한 깔루빠하나의 학문적 바탕은 기존의 학자들이 그냥 무시하기도 어려운 견고한 것이어서 매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학자로 의식되고 있다.


기존 불교학계와 다른 연구 방법 전개

우리가 알 수 있는 한에서는 부처님의 법은 최고의 진리이며 그 이외의 종교 또는 사상은 진정한 불교적 입장에서 볼 때 하위법일 따름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불교학자의 경우 분명 불교 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매우 공격적으로 비추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첫째 불교 내적으로 볼 때, 당신이 이해한 부처님의 철학적 종교적 입장만이 옳고 당신과 다른 나는 사이비란 말이냐는 반응이 곧 나올 수 있다. 둘째 불교 외적으로 볼 때, 불교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 사상은 다 우매한 종교란 말이냐는 반응이 곧 나올 것이다. 깔루빠하나는 바로 이 후자의 입장을 가진 학자이며, 이 험한 시대에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공격적으로 밝혀 외로움을 자처한 학자이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단순한 종교적 믿음에서 시작된 소박한 그런 신념과 곧바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 신념은 이미 검증된 젊은 학자로써 공인되어 하와이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시절 자신의 불교적 관점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오랜 세월 동안 학적으로 다지고 극복하여 새롭게 자신의 불교관을 재정립하면서 이루어 진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붓다의 진리 말씀이 자신의 초기에 잘못 알고 있었던 것처럼 불교사 전체를 통해 보아도 잘못 전달되었던 시기가 생각보다 더 길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가 실론 대학(University of Ceylon)에서 학사(1959), 석사(1961) 학위를 받을 때까지는 스리랑카의 전통적 불교관에 충실한 학도였다. 그의 고백에 의하면 그가 런던대학에서 완성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 “Critical Analysis of the Problem of Causality as Embodied in the Pali Nikayas and Chinese Agamas”를 수정하여 출판한 『불교의 중심 철학』 이 나올 때인 1975년까지만 해도 그는 테라바다(Theravada) 전통의 불교관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92년 『불교철학사』 저술…초기불교 재정립

그러나 그의 이러한 전통적 견해는 이후 완전히 바뀐다. 그가 그의 저서 『불교철학: 역사적 분석』(1976)의 내용을 수업시간에 언급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나의 저서가 아니라고 말하는 까닭은 바로 그의 전기 불교관이 후기 불교관에 의해 완전히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불교관의 변화는 1971년 하와이대학에 방문교수로 초빙되어 1972년 정식 교원이 될 때부터 알게 모르게 시작되었다. 말하자면 동서 비교철학의 중심지에서 많은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에 접하게 된 그가 차츰 자신의 불교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에 의하면 그의 불교관의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연구의 시작은 용수와 세친 철학 분석이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초기불교의 정신이 이 두사람에게서 회복됨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용수: 중도의 철학』(1986)와 『불교심리학의 원리』(1987)라는 두 책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이와 같은 연구결과에 입각한 불교철학사를 서술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불교철학사: 연속과 불연속』(1992)이다.

이 책에서 그는 붓다에서 목갈리풋타 팃사, 용수, 세친을 통해 복원되는 초기불교의 철학적 통찰력 즉 무아(無我)와 연기(緣起)의 본래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붓다 이후 불교이론은 발전보다는 실체론적이고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지닌 전통 인도 종교철학의 영향 또는 여러 후기 불교학파들이 스스로 구성한 실체론적 불교이론들에 의해 본래 붓다의 비실체론 반형이상학적인 세계관이 왜곡되는 길을 걸어왔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불교철학사는 끈질긴 인간의 실체론적·형이상학적 사고 경향이 끊임없이 붓다 본래의 이론을 왜곡시켜 나가는 역사이며, 가끔씩 나타나는 위와 같은 천재들에 의해 붓다의 철학적 통찰력이 복원되는 그러한 과정이다.


임제선 전통 강한 한국불교에 호감

그의 이러한 입장은 선불교 전통을 조동종과 임제종의 비교에도 적용된다. 두 전통의 대립을 각각의 소의경전(所依經典)이 자신이 대립적으로 구분한 실체론적 능가경과 비실체론적 금강경임을 지적하여 비교한다. 이를 통해 그는 선불교를 중국화된 종교로 보아 인도로부터 비롯된 불교 전통에서 제외하려는 시각을 넘어서 그의 불교사 관점이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즉 조동종은 능가경의 방식대로 분별과 개념의 세계를 부정적으로 보아 언표불능의 궁극의 세계나 깨달음을 찾는 불교종파로 이해하며, 임제종은 홍인(弘忍) 때부터 강조된 금강경의 영향으로 비형이상학적 비실체론적 구체 세계로의 지향성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이와 아울러 그의 공안(公案)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비인지적 반언어적 단순 명상에 함몰된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의 명상전통에 비해 개념의 비실체성을 공안의 표현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동북아의 선 전통이 초기불교의 정신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이런 시각 때문인지 그는 선불교 전통 중에서도 임제선의 전통이 강한 한국 선불교에 큰 관심과 호감을 표하고 상대적으로 조동선이 강한 일본 불교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멈추지 않는다. 더구나 법화경이 일본불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까지 감안해서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한국불교에 대한 호감은 필자가 1997년 비백교학연구소장 혜묵 스님을 모시고 일할 때, 스님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현대 한국의 선사와 깔루파하나의 대화 프로젝트를 가능토록 하였다. 이 기획을 통해 한국선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려했던 비백교학연구소의 최초 의도는 혜묵 스님의 무차선회 제안으로 확대되고 마침내 1998년 8월 백양사에서 서옹 큰스님의 증명 하에 학술회의와 무차선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그의 신념과 관련된 우여곡절 끝에 깔루파하나는 이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이 역사의 시작에 깔루빠하나가 참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그의 한국불교와의 진한 인연을 알리고자 한다.


허인섭/덕성여대 교수

insubhur@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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