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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관(不淨觀)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재세 때부터 죽은 사람 觀

수행은 몸의 무상함-집착 놓는 길


위파사나수행은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처음 수행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나, 막연하게 참선 수행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위파나사는 몸의 관찰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하면, ‘무엇을 관찰하느냐’고 질문하곤 한다. 우리는 항상 외부의 대상만을 관찰하는 습관을 갖고 있어서, 즉 눈으로는 밖의 물질과 색상을 관찰하고 귀로는 밖의 소리만을 관찰하고 코로는 밖의 냄새만을 관찰해 오관의 몸의 안을 관찰하라고 내신관(內身觀)을 설명하면, 수행 초보자들은 누구나 의아해 한다. 오관(五官)으로 밖의 경계만을 관찰하는 줄 알았지,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안의 경계를 관찰하는 것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루는 모 사찰에서 위파사나를 가르치고 있었을 때였다. 1년을 가르치기로 사찰과 계약한 상태여서 나는 나름대로 1년의 프로그램을 몸관찰·느낌관찰·마음관찰·법관찰로 세분하여 3개월 씩 나누어서 짰다. 몸관찰에는 초기 아함에서 자주 설명되고 있는 부정관(不淨觀)과 (白骨觀) 등을 실수하기로 하였다. 하루는 부정관을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부처님 당시의 부정관을 행하던 방법과 사상(死想)을 행하던 장소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당시의 비구스님들은 몸의 부정(不淨)을 몸소 알기 위하여 수행처로서 종종 무덤가를 택하였고, 무덤가에 시체들이 시기에 따라서 변하여 무너져 가는 것을 실제로 보고 수행하였다고 설명하였다. 실제로 보았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을 끊어버리기가 쉬었고 몸의 부정을 관상(觀想)할 수 있었다고도 설명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보살님이 저한테 ‘선생님 요사이 국립과학전시관에서 시행되는 『인체의 신비전』을 단체로 관람하고 몸에 대하여 관찰하면 좋겠어요’라고 제안하였다.

그 제안을 듣고서 나는 매우 탁견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시간 나는 대로 『인체의 신비전』을 보도록 조언하였다. 조언은 했지만, 신비전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몰랐다. 그 다음 주 여러 명의 보살님들이 『인체의 신비전』을 보고서 수련을 하였는데, 그것이 뜻하지 않는 효력을 내었다. 실제로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것은 오랜 수행을 걸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면서 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여, 여러 수행자들에게 몸을 관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도록 하였던 것이다. 관람한 일부 수행자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데에 성공하기도 하고, 일부 수행자는 자신의 몸에 대한 생각들을 관찰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수행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지금은 부처님 재세시도 아니고, 고대인도도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부처님께서 현재 여기에 오신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옛날 방식대로 부정관을 설하셨을까? 그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기설법을 모토로 하시는 부처님께서는 이 시대에 맞게 설법하셨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수행법을 한번 되집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몸이 항상 중요하고, 몸에 대한 지나친 애착을 강조하는 서적과 언론매체에 노출된 우리의 인식은 간혹 우리 몸이 썩어가고 있는 리얼한 모습을 보게 되면,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보다는 대부분 ‘나는 저렇게 되지는 않을 거야’하고 관심을 딴 쪽으로 돌린다. 우리의 몸에 대한 객관적인 모습과 생각을 관찰하기 힘든 현실에서, 수행자들은 『인체의 신비전』은 아닐지라도 어떤 형식이라도 선행 경험을 미리 체험하는 것도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강명희/위파사나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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