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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다스리는 방법

기자명 법상 스님
사람들 마음에도 나침반이 있어

스스로 길 찾는 법을 알고 있다


요즘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리더쉽’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히딩크의 리더쉽’이란 말이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두루 인기를 누려오더니 이후 ‘무슨 무슨 리더쉽’이라고 하는 류의 책과 논리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일전에도 한 거사님께서 찾아오셔서 부하직원들을 자신의 뜻대로 잘 따르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오신 일이 있다. 그 분께 ‘어떻게 하면 내 뜻대로 잘 따르게 만들 수 있을까’하는 그 마음을 놓아버리고 다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참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누군가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그냥 그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내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을 때, 겉 모양은 내가 원하는 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도, 그 내면은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부모님이 자식에 대해 기대가 많고, 꼭 그렇게 돼야만한다는 고집이 클 때, 자식은 결코 다스려지지 않는다. 겉모습이 설령 다스려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영혼은 여전히 다스려지지 않았다. 다스림을 강하게 받는 사람일수록 그 내면에서는 거스르고자 하는 마음과 반발하려는 마음만 커갈 뿐이다.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놓아주었을 때, 더 큰 의미의 다스려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냥 놓아둔다고 해서 방임이나 무관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도 우리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과 똑같다. 나를 다스리듯 타인을 다스리면 된다. 수행과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놓아버림(止)과 알아차림(觀) 다시말해 멈춤과 비춤에 있다. 온갖 번뇌와 고집, 편견들을 다 놓아버리고,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모든 수행의 핵심인 것이다.

나를 다스리는 것처럼 상대를 다스릴 때에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내 안의 욕망과 집착을 다 놓아버리고 다만 가만히 비추어 보듯, 상대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마음, 내 마음대로 다스려 보겠다는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다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된다.

무관심이나, 무시, 내 멋대로 통제하려 드는 것은 다 좋지 않은 방법이고, 근원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가만히 내버려두고 지켜봐주면 그들은 스스로 해야 할 몫을 정확히 알아낼 것이다. 본래 법계가 그렇게 여여(如如)하게 움직이고 있듯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따뜻한 관심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에게 참된 지혜를 베풀어 주는 것이고, 그들 안에서 지혜가 움트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무언가 일을 행할 때, 내 생각으로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잘했다 잘못했다 분별하면서 어느 한 쪽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말라. 분별없는 마음으로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들의 결정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응원해 주라.

나는 얼마나 사람들을 통제하려 들었는가. 놓아주고 다만 바라보자.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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