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도 CEO가 돼야한다
주지스님도 CEO가 돼야한다
  • 보광 스님
  • 승인 2004.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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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의 소임은 대중을 외호하고 가람을 수호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선원청규(禪苑淸規)에 의하면 주지(住持)란 부처님을 대신하여 불법을 길이 전하고, 혜명을 계승하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칙수청규(勅修淸規)에서는 선종사원 주지스님의 하루 일과와 소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즉 첫째는 아침에 법당에서 대중에게 설법을 하여야 하며, 둘째는 저녁에는 선원에서 대중의 공부를 점검하여야 하며, 셋째는 불전과 조사당에 향을 올려야 하며, 넷째는 제반의식을 집전해야 하며, 다섯째는 사중을 순찰하여 가람을 수호해야 하며, 여섯째는 대중을 감독해야 하며, 일곱째는 어린 행자들을 가르쳐야 하며, 여덟째는 외부 손님을 접인해야 하며, 아홉째는 신도들을 만나서 상담해야 하며, 열째는 손님들에게 다과를 베풀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은 오늘날도 어느 것 하나 소흘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조그마한 사찰이야 열 가지가 모두 해당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본사나 대중이 많은 사찰의 주지소임이란 참으로 막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주지스님이라면, 최소한의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대중에게 설법은 할 줄 알아야 하며, 둘째는 불공 시식 등의 기본적인 염불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는 신도들이나 손님들에게 상담자의 역할을 해야 하며, 넷째는 가람을 수호하고 대중을 외호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법력(法力)도 중요하지만, 사원을 피폐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경영자로서의 불사능력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는 지역사회에 부처님의 법을 펼 수 있는 포교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철저한 신심과 원력이 있어야 하며, 불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수행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즈음과 같이 다종교 사회에서는 이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불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는 수많은 종교들이 불자들을 빼어가고 있으며, 갖가지로 유혹하면서 개종을 강요하고 있다. 타종교의 도전뿐만 아니라 불교내에서도 타종단의 신도 빼가기가 한창이다.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어떤 불교종단 가운데는 조계종의 기존신도들이 그 곳으로 옮겨가서 가득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시포교당의 경우에는 대형포교당이 생기면 주위의 중소형사찰의 신도들이 모두 그곳으로 가고 만다. 대형포교당에서는 수많은 버스를 운행하고, 끊임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모든 기도비 등을 덤핑으로 세일하고 있기 때문에 신도들은 자신의 오랜 사찰을 멀리하고 부담없는 신행생활을 하고자 자리를 옮고 만다.

이러한 때 과거와 같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사찰을 운영하다보면 얼마가지 못하여 재정난에 허덕이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제는 종단의 지도자들을 비롯하여 주지스님들이 새로운 경영자 수업을 받아야 한다. 부처님 사상에 입각한 경제적인 관념과 경영기법을 찾아내고 배워야 한다. 사회는 날로 새로워지고 있는데 천년전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종단이나 사찰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며, 신도들을 타종교나 타종단으로 모두 잃게 되고 말 것이다. 성직자로서의 자질과 수행자로서의 법력을 갖춤과 동시에 사회의 인사관리, 재정관리, 시장관리 등의 기법을 도입하여 신도를 관리하고, 홍보하며, 대중을 외호하고, 가람을 수호한다면 한국불교의 앞날은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주지스님들도 체계적인 불교경영자(CEO) 수업을 받아야 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보광 스님/동국대학교 교수

bkha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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