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곡선원
우곡선원
  • 이재형
  • 승인 2004.03.22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상 속 수행으로 무상 도리 깨친다
실상관 중심으로 호흡법-참회정진-기공 병행

禪 일상화-대중화-세계화 프로그램 개발 역점


서울 서초동 우곡선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여기저기 좌복을 깔고 참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법회 시간이 아직 1시간 정도 남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는 작은 흔들림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깊은 산중에서 선정에 든 눈밝은 수좌들을 보는 듯했다.

<사진설명>깨달음에 출-재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곡선원을 찾는 사람들은 지극한 깨달음은 오히려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곡선원, 지난 98년 우곡 장명화 선사가 문을 열면서 한국불교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짧은 연혁에도 우곡선원은 한국불교 처음으로 정부초청 외국인 국비 장학생들에게 참선교육을 실시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매년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외국인 참선교육은 2002년 월드컵 때 템플스테이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또 국내 처음으로 참선을 ‘교원직무연수’에 접목해 찬사를 받았으며,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참선교육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불자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99년 사이버 우곡선원(zenkorea.org)을 개설했고, 다음해 9월에는 부산선원이 새롭게 문을 열기도 했다. 특히 홈페이지는 매일 접속하는 사람이 2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우곡선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슴에 해를 하나씩 품은 듯 선원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밝은 데에서 어느 정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관상(觀相)이 곧 심상(心相)이라고 하여 예로부터 얼굴은 마음을 드러내는 거울로 일컬어져 왔다. 이를 미루어볼 때 이곳에서의 수행이 일상의 삶과 분리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수행의 목적인 ‘행복한 삶’과 분명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여기 처음 올 때만해도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인상이 마치 아수라 같았데요. 하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행복해요. 모두 수행의 힘 덕분이지요.”(조미자·53·초등학교 교사)

“한 때 수행에 관심을 가질수록 출가에 대한 미련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좀 더 깊은 수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곳을 찾은 후부터 수행이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는 것, 오히려 그 속에서 참다운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성낙헌·58·자영업)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았는데 이곳에 다니면서 씻은 듯이 나았어요. 수행을 하면서 걱정과 근심이란 게 근본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자연스레 없어졌기 때문이죠.”(최명수·58·서울체신청 정보통신과장)

이곳 선원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참선수행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차 있다. 특히 일상에서 부딪히게 되는 모든 것들을 공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세간과 출세간을 뛰어 넘는 출출세간(出出世間)을 지향하고 있다. 우곡선원이 오계원(五戒願)으로 내세우고 있는 ‘△불법을 토대로 예와 덕을 배양한다 △실상관법을 통해 업(고정관념)을 정화한다 △수용하는 마음으로 만상(萬象)과 조화를 이룬다 △대의심·대분심·대신심으로 미혹에서 벗어난다 △하심(下心)하여 시절인연을 수용한다’는 다섯 가지 강령이 단지 구호에서 그치지 않는 듯했다.

우곡선원은 이러한 5계원을 목표로 참선수행과 교육과정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를 실생활에 접목하는 수행을 하고 있다. 특히 여러 경전과 조사어록 등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동시에 문답을 기본으로 한 참선수행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월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 참선법회는 선원 대중들의 마음을 굳건히 하고 수행력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곡선원의 특징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실상관법(實像觀法)이다. 이 관법은 연기하는 존재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하는 것으로,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간에 끊임없이 무심(無心)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심신수행법이다.

실상관법은 『관무량수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저물어 가는 붉은 해를 관하는 일상관(日想觀)이 대단히 중요시 한다. 존재의 근본인 빛 속에는 분별과 번뇌가 없기 때문에 이를 깊이 관할 경우 무명(無明)을 멸하고 위없는 지혜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곡선원에서는 일상관을 중심으로 하되 근기에 따라 물을 관하는 수상관(水想觀), 대지를 관하는 지상관(地想觀)도 병행해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좌선과 호흡법, 참회정진, 선기공 등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곳에서 수행하는 이들의 표정이 밝고 맑은 기운이 흐르는 것도 이러한 수행법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우곡선원의 체계적인 수행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수행을 한 사람들이 많다. 또 회원들의 약 70%도 남성불자들이다. 한국사찰들 대부분 여성불자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곡선원의 특징은 주목할만하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선이 아니라 수행의 개념과 체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온몸으로 수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우곡선원이 주관한 참선교육에 참가한 외국인 학생들.

우곡선원의 목표는 사람들이 물질문명에 찌든 정신세계를 복원하고 영원한 안락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종 선수행과 관련된 출판물을 발간하고 있으며, 심성계발 및 선의 일상화·대중화·세계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누구나 와서 수행할 수 있는 선센터와 선과 한의학의 접목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한방의료원은 우곡선원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다.

우곡 장명화 선사는 “참선수행은 세간과 출세간을 나누는 것이 아닌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가장 진실한 방편”이라며 “깨달음은 특별한 곳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구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 02)2055-3111, 부산 051)740-6288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