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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기자명 이미령
이미 위없는 깨달음을 이룬 후에도

중생 제도를 위해 이 땅에 나투시다


그런데 보십시오. 관세음보살이 부처의 몸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우리는 ‘보살’에 대해서 이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보살은 아직 부처가 되지 못한 사람.
보살이란 깨달음을 추구하는 자.
보살이란 본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불하기 전 과거세에 수행하던 몸을 가리키는 말.

보살이 이런 자라면 부처님과는 격이 한참 떨어지는데 어떻게 그런 보살 신분에 감히 부처의 몸으로 나타난다는 말일까요?

이런 의심을 짐작이나 하고 있었는지 여러 경전에서는 친절하게도 관세음보살이 아직 수행해야 할 수행자의 신분이 아니라 이미 부처를 이룬 뒤에 중생을 위해 다시 보살의 몸으로 내려온 분이라는 설명을 곳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관세음보살의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한참 넘어서 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오래 전에 성불하여 정법명여래(正法明如來)라 하였으나 대비원력 때문에 모든 중생에게 완전한 안락함을 주려고 다시 보살로 나타난 것이다.”(『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

이렇게 보살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부처님 곁에서 함께 중생제도에 힘을 쏟고 계시는데 이분은 다시 한번 성불을 하실 기약이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님은 헤아릴 수 없는 수명과 광명을 의미합니다만 이 부처님의 수명도 언젠가는 끝이 날 때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미타부처님의 가르침 즉 정법이 세상에 남아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요, 중생들은 삼매에 들어서 부처님을 눈앞에서 만나 뵙고 가르침을 듣기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정법의 힘도 차츰 약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생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정법만을 믿고 의지해오던 수행자들은 또 어찌해야 할까요? 하지만 바로 그때 관세음보살이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열어 보광공덕산왕(寶光功德山王)이라는 이름의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관세음보살수기경』).

육신으로 나서 우리에게 오신 부처님은 어쨌거나 수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구간을 힘껏 달려온 주자가 다음 번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듯 부처님과 부처님이 서로 이어가고 전해주는 진리는 영원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진리라는 것이 석가모니부처님이나 아미타부처님이 새롭게 만들어낸 원리원칙이 아니라 생명이 존재하는 그 순간부터 있어온 법칙이요, 그 법칙을 확실하게 알아챈 분이 부처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관세음보살이 부처의 몸으로 나타나서 중생을 이끌고 구원한다는 것에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관세음보살은 아직 수행을 더해야 할 수행자인 보살이 아니라 이미 수행을 완성하여 정법을 책임지고 퍼뜨려야 할 임무가 있는 분이요, 그러자니 한없이 큰 소망을 품고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낮추어 우리에게 오신 부처님이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관세음보살은 벽지불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벽지불이란 프라티에카 붓다, 파체카 붓다라는 말을 소리나는 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독각(獨覺)이라고 번역합니다. 홀로 깨달았다는 뜻이지요. 스승의 가르침에 의지하지 않고 제 힘으로 깨달음을 열었지만 홀로 그 경지에 머물러 있기에 대승불교권의 논사들로부터 소승(小乘)이라는 비판을 받게까지 되었습니다. 독각은 연각(緣覺), 연일각(緣一覺)이라고도 합니다. 연(緣)이라는 한 가지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자를 말합니다. 바로 12연기입니다. 깨달았다는 면에서는 부처님이라 칭송받아야겠지만 12연기 하나만을 깨달았을 뿐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 즉 아뇩다라삼약삼보리를 얻지 못하였기에 우리들 중생들은 벽지불을 부처님이라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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