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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의 진실을 안 이상

기자명 법보신문
언젠가 영남지역의 한 스님에게 연락을 드릴 일이 있어 전화를 올렸더니 스님은 없고 대신 한 보살이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스님과의 통화를 원했더니 스님은 지금 토굴에 들어가 안 계시고 보름이나 지나 초하루 법문을 하실 때라야 오시니까 그때 다시 전화를 해달라는 것이다. 급한 일로 연락을 드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연락이 어렵다니 스님과 신도들 사이의 대화도 자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 그래 전화한 김에 토굴에는 연락이 안되느냐니까 그곳엔 전화가 없다고 한다. 그래 스님의 연세가 이미 8순을 바라보는데 조용히 절을 지키며 사시는 것도 부족해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토굴에 들어가 혼자 수행을 하신다고 생각하니 스님의 고매한 인품과 수행정신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호남의 한 사찰에 들렀다가 60을 바라보는 주지스님과 저녁 후에 대화를 나누다가 조금 난감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스님은 머잖아 임기를 끝내게 되어 내년에는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새로 토굴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미 땅도 사고 건물공사도 추진하고 있어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스님들이 노후를 걱정해야한다는 현실이 모순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스님 스스로 노후에 대비해 딴 주머니를 차고 미리부터 축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여간 안타깝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스님의 말씀을 가만히 들으면서 스님이 말하는 토굴은 노스님이 겨우 생계를 지탱하기에 적합할 정도의 작은 오두막집이 아니라 번듯하게 기와를 올리고 넉넉한 대지도 갖춘 고대광실 못잖은 개인 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절에 오는 신도들에게도 그 사실을 알리고 자신이 임기를 끝내고 토굴을 마련하면 그곳에도 찾아오라고 하면서 보시를 부탁했다는 소리도 했다.

그러다가 인도성지 순례과정에서 영축산에 올랐다가 부처님의 토굴이나 가섭존자의 토굴이라는 곳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 동굴만도 못한 규모의 작은 바위틈새가 바로 부처님과 제자들의 토굴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대가 바뀌고 물자공급 상태의 차이가 있어서 또 기온등 자연환경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수행자들의 토굴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의 먹는 것과 입는 것 이외에 신자들로부터 지나친 보시를 받지 않았던 부처님당시 수행자들의 모습과 오늘의 스님들의 생활모습은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최근 법보신문의 보도를 보면서 더욱 오늘 우리 불교에 풍미하고 있는 사치 호화토굴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0여 개가 넘는 토굴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도 문제이지만 그중에도 신도들이 보시해 이룬 삼보정재를 불교홍포와 교화를 위해 쓰지 않고 스님의 개인적 안락과 사치를 위해 탕진하고 있는 모습은 불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 앞에서도 떳떳한 모습은 아닌 것 같다. 호사 토굴이 있으면 반드시 숨긴 아낙이 있느니 자식이 있느니하는 불미로운 소문도 따르게 마련이다. 이는 불교집안 안팎으로 부끄럽고 면구스러운 일이고 부처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배반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제 그 문제가 공론에 의해 고발되고 지적된 이상 종단차원의 제도적 개선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토굴살이 독살이의 한계를 분명히 세워주는 것도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재산화된 토굴의 종단회수조처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공종원/언론인

gong007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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