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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남부[下]가덴·세라 사원

기자명 롭상 중니

1만 학인 운집 나란다 전통 계승










<사진설명>남인도에 있는 티베트의 가덴, 세라, 데봉 사원은 이젠 세계의 불자들이 찾는 바람직한 승가 교육 도량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왼쪽은 세라 사원, 오른쪽은 가덴 사원 전경.

뎅, 뎅, 뎅….

오전 5시 30분 티베트 종소리가 남인도 가덴과 데봉 사원의 고요한 아침을 자애로이 가른다. 매일 아침 이 소리는 가덴 사원의 3000여 학인과 데봉 사원 3500여 학인의 수면욕을 경책한다. 가덴과 데봉에서 버스를 타고 12시간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는 세라 사원의 학인 4000여명 역시 가덴과 데봉의 학인들과 엇비슷한 시간에 종소리를 듣고 눈을 뜬다.


1만7천명 59년 망명 터 잡아

남인도 문드가드와 마이소르시 비라쿠페 지역에는 AD 5세기경 인도에 최초로 건립된 불교 대학인 나란다 대학의 전통과 티베트 불교의 교학을 고스란히 이으려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3대 불교 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문드가드에 위치한 가덴과 데봉 그리고 비라쿠페 지역에 있는 세라 사원 등이 그것이다. 티베트 최대 종파인 겔룩파의 전통 강원인 이들 사원이 이 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시기는 1959년부터이다. 티베트를 폭력으로 강점한 중국을 피해 달라이라마가 북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한 때와 같다. 이들 세 사원은 당초 겔룩파의 개조(開祖) 총카파 대사 등 겔룩파의 큰 스승이 15세기 초 티베트 수도 라사 인근에 건립했다.

가덴 사원은 1409년 총카파 대사가 지었으며 겔룩파의 큰 스승 중 한 분인 잠양 췌제 타시 팔덴이 1416년 데봉 사원을, 만트라와 수트라 수행의 성취자인 잠첸 췌제 샤카 이시가 1419년 세라 사원을 각각 건립해 티베트 불교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철저한 교학 교육에 나선 것이다.

남인도에 다시 들어선 이들 3대 교육 도량이 라사에 위치한 사원들과 같은 모습, 같은 이름으로 그 사격을 갖추게 된 것은 인도 망명길에 오른 달라이라마를 따라 나선 세 사원의 스승과 학인들에 의해서였다. 달라이라마는 물론 이들 세 사원의 대중들은 티베트 불교의 교학을 계승하고 그 법맥을 잇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가덴, 데봉, 세라란 이름으로 남인도에 교육 도량을 조성한다.

망명 당시 가덴 사원에는 3300여명의 학인이, 데봉에는 7700여명이, 세라 사원에는 5500여명의 학인이 각각 모여들어 “나라를 잃은 위기를 부처님의 자비와 가르침으로 극복하자”며 수행과 교학 공부에만 매달렸다. 건립 초보다 인원은 많이 감소했으나 지금도 중국령에 있는 티베트 본토에서 망명한 젊은 티베탄들이 승려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이 곳에 입학하고 있다. 현재 이 세 사원에는 1만여명 안팎의 학인들이 늘 체니를 하고 수행을 하며 티베트 불교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세 사원의 규모는 각기 조금씩 다르지만 한 사원의 전체 면적은 대략 140여 에이커, 즉 17만여평에 달한다.


하루 17시간씩 정진 또 정진

새벽 5시 30분 시작되는 학인들의 하루 수행 일과는 밤 11시까지 아주 빡빡하다. 일어나자마자 학인들은 중앙 법당에서 오전 7시 30분까지 아침 기도를 올리면서 공양을 든다. 공양이라고 해봐야 보릿가루로 만든 짬빠와 차 등이 전부이며 공양을 마친 대중들은 오전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경전 공부를 한다. 이어 두 시간 동안의 대론식 교육이 계속되고 오후 1시 이후엔 골치 아픈 철학 공부가 학인들을 기다린다.

다시 저녁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저녁 공양 시간이 이어지며 이후 학인들은 두 시간 이상 체니를 한다. 체니를 마친 학인들은 밤 11시까지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외우면서 하루의 수행과 학습을 회향한다. 학인들은 아비달마를 비롯한 반야경, 율장, 중론, 인명 등 5개 큰 주제의 교학을 20여년간 체니를 통해 반복하면서 교리에 대한 믿음을 확신으로 전환시킨다. 교학 기간이 다른 나라 불교의 교학 기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연유는 전생과 이생, 다음 생 또 그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윤회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여러 생을 생각할 때 20여 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교학을 서둘러 마칠 필요도 없다.

천천히 그러나 건너뜀 없이 진행되는 이들 사원의 교학 교육을 마친 학인들은 대체로 3개 그룹으로 분리돼 각자의 근기에 맞는 소임을 맞는다. 제 1그룹은 학업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인들로, 이들은 현교 학습이후 밀교 수행에 입문해 더 높은 경지의 수행법에 몰두한다. 그리고 제 2그룹은 1그룹 학인들보다 학업 성적이 조금 뒤떨어지는 학인들로 구성되며 사원 내 교육 불사에 주력한다. 그 다음 그룹은 불교 관련 연구소나 기관에서 강의나 연구 활동에 종사하며 사원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후원한다.

남인도의 3대 교육 도량은 이제 유럽을 비롯한 아시아, 호주, 아메리카 등 세계 각 국의 불자 수 천여명이 매월 다녀가는 세계적인 교육 도량으로, 교육 모델로 자리 매김 했다.


매월 세계 불자 수 천명 탐방

전체 학인들이 모두 모여 펼치는 합동 체니가 있는 등 여느 날과 다른 특별한 날엔 하루 1000여명의 불자가 티베트 불교의 미래인 젊은 학인들이 어찌 공부하나 둘러보기 위해 사원에 발을 들여놓기도 한다. 나란다 대학의 교학 학습 방법인 대론을 자기 것으로 승화시켜 티베트 전통 교학의 맥을 잇고 있는 가덴과 데봉, 세라 사원의 학인들은 분명 티베트 불교의 미래를 짊어질 ‘자등명법등명’이다.


글=롭상 중니 sm_geshelojung@hotmail.com


# 롭상 중니는 누구?

80년부터 99년까지 남인도의 세라메 모나스틱 유니버스티에서 티베트 정통 불교와 수행법을 수학한 끝에 게쉬 학위 중 최고인 ‘하람 게쉬’를 취득한 롭상 중니는 지난해 9월 말 티베트 경전을 한글로 번역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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