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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불자들 사경 '인기'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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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스리니 신심이 저절로"

전통기법서 인터넷사경까지 다양

집중력 높이고 경전도 깊이 이해




전법과 교화, 지혜를 밝히는 전통적인 수행법 사경(寫經). 스님들과 일부 말뚝신심 불자들 사이에서 각광받던 사경이 최근 직장 생활을 하는 불자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경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토록 하는 탁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공보실에서 근무하는 안준희(법명 원만심·43) 씨는 지난 1년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온갖 정성을 들인 사경을 최근 완성했다. 가로 2m30cm, 세로 25cm 가량 크기의 종이에 '나무아미타불'을 10만 8000번이나 썼다. 전통적인 사경도구인 붓 대신 다양한 색깔의 볼펜을 이용해 사경한 것도 눈에 띠는 점이다. 한 달에 며칠 씩 밤샘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쁜 시의회 일을 비롯해 틈틈이 여성인권운동, 장애인 돕기, 교도소 포교, 마라톤(지난 2000년 춘천마라톤에서는 발톱 2개가 빠졌지만 42.195km를 완주했다), 주말농장 운영 등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사경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경을 하면 마음이 맑아져요. 사람을 대할 때 자비심도 생기고요."

그가 주로 사경을 하는 시간은 11시 이후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잡념도 적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국가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위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주제로 한 대규모 사경작품을 구상 중이다.

종로 3가에서 법무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윤구(49) 씨가 사경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대말 국내 경기가 극히 침체되면서부터다. 사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극도의 신경쇠약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한 불자로부터 사경을 해 볼 것을 권유받았다. 이후 집에서 뿐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짬짬이 사경을 했다. 붓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나가면서 자신의 업장을 소멸해 줄 것을 기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장이 밝아지면서 말로는 표현 못할 환희심을 느꼈다. 김 씨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이었다"며 "헛된 욕망을 다스리고 삶의 지혜를 배우는데는 사경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한다.

송내역에 근무하는 이정권(법명 대행·49) 씨는 일반 종이에 하는 사경과는 달리 컴퓨터에 사경을 한다. 부처님나라(myhome.hanafos.com/~budsong/)를 운영하는 그는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법화경 등 다양한 경전을 링크시켜 놓고 있다. 처음 종이에 사경하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전의 내용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 사경을 하게 된 이 씨는 "인쇄업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사경은 여전히 훌륭한 전법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남편의 정비업체 사업을 돕고 있는 송명숙(45) 씨는 사경을 통해 불교에 귀의하게 됐다. 처음 붓글씨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불교 경전을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좋고 마음에 쏙쏙 와 닿아 이제는 '해탈장'이라는 법명까지 받은 독실한 불자다. 그는 볼펜이나 붓펜 대신 일반 붓을 사용해 사경하고 있다.

김경호(동국대 강사) 사경연구가는 "불교의 깊은 이해를 가능토록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훌륭한 수행법"이라며 "사경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글자 한글자 정성껏 새겨 가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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