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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 ⑨

기자명 정태혁

妙樂의 깊은 경지 넘어서야 수행 끝

앞에서 소개한 소승불교 시대의 대표적인 수행은 불교의 선의 관법이다. 그러므로 소승불교 시대에는 여러 가지 관법이 행해졌는데, 그것들은 모두 수행자의 적성에 맞는 것을 택한 것이거나, 문제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십변관(十遍觀), 십부정관(十不淨觀), 십수념관(十隨念觀), 십범주관(十梵住觀), 사무색관(四無色觀), 식염상관(食厭想觀), 사계차별관(四界差別觀) 등 사십여 종류의 관법으로 발전되어 수행했다. 이것을 사십업처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먼저 ‘십변관’이란 마음을 열가지 어떤 대상에 집중하여 그것으로써 온갖 곳에 두루 원만하게 하여 마음이 모든 대상에 두루 머물러 통일되게 함으로써 산란심을 떠나고, 탐욕이나 노여움이나 어리석음이 없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음이 한 대상에 집중되면 한결같이 고요함을 유지하여 사선(四禪)이나 오선(五禪)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선이란 정신의 통일이 이루어져서 점차로 깊어지는 네 단계를 말한다.

첫 단계에서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을 쏟아, 오로지 거기에 집중하면 점차로 욕정이나 악한 마음이 없어져서 고요하게 안정된다. 이 단계가 제1선이다.

이 단계에서는 탐욕이나 노여움이나 악함이 사라져서 고요하게 되어 이 때에 특별히 스스로 느끼는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이 기쁨을 맛보지 않으면 그것은 욕정이나 악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제1선의 단계를 이생희락지(離生喜樂地)라고 한다.

마치 등산하는 사람이 높은 산을 향해서 올라가지만 처음에는 힘이 들어서 괴로움을 참고 올라가서 한 고비를 넘으면 그때에 괴로웠던 것이 사라지고 상쾌함을 느끼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에서는 아직 떠나지 못했던 것이 모두 없어져서 마음이 깨끗하게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시 더 깊어지면 안정된 마음으로 깊게 들어가게 되니, 이 때에는 안정된 즐거움이 있게 된다. 이것은 산을 다시 올라가서 샘물을 마시고 쉬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경지를 제2선이라고 하고, 정생희락지(定生喜樂地)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더 올라가야 한다. 샘물을 마시면서 한숨을 내쉬고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다시 일어나서 더 올라가야 한다. 그 기쁨까지도 없어지고, 특정한 것에서 가졌던 관심을 없애고 평등한 마음에 머물러서 마음에 올바른 생각과 올바른 느낌이 나타나면 더 깊은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이 때에는 지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등산하는 사람이 샘물의 신선함도 떠나서 더 높이 올라가면 바위, 풀, 나무, 바람 모두가 신비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가치로 나타난다. 이 때에는 모든 상대적인 가치 세계를 떠난 평등한 즐거움에 젖어든다. 그러한 경지가 묘락(妙樂)이라는 경지다.

이 묘락의 경지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경지를 제3선의 경지라고 하고, 이희묘락지(離喜妙樂地)라고도 한다.

자, 그러면 이 단계에서 만족할 것인가? 아니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묘락의 즐거움에 젖어서 거기에 빠져있으면 안된다. 더 나아가면 앞에서 맛본 즐거움도 버리고, 괴로움도 떠나고,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져서 만물이 순화되어 한결같은 성취감에 젖어든다. 순화된 고요한 마음이 한결같이 유지되면서 깨끗하게 정화된 것이다. 이것은 등산하는 사람이 괴로웠던 것, 즐거웠던 것, 모든 것을 잊고,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초연한 마음으로 구름 위를 거닐고 있는 것과 같다. 천하의 모든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인다.

마치 맑은 물에 사물의 모습이 비치는 것과 같다. 이 때에는 마음의 안정과 맑은 심성이 균등하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경지는 묘락의 경지까지도 떠난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지를 제4선이라고 하고 사념청정지(捨念淸淨地)라고도 한다.

이 경지에서는 천하가 나의 것이 되었고, 이 세상과 저 세상이 바로 발 아래에 펼쳐진 것이다. 이것을 초월이라고도 하고, 청정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이르러서 수행이 이루어져서 아라한(arhat)과를 얻는다. 이 때에는 모든 번뇌가 사라졌으므로 이구지(離垢地)요, 마음에 걸림이 없으니 사념청정지다.


정태혁/동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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