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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현실을 떠나야만 하나요?

기자명 현웅 스님

현실 직시한 상태서 참회부터 해야

Q: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현실에서 공부할 수 있을까요?

A: 땅에서 살던 사람이 땅에서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땅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현실 속에서 활동하면서 일어나는 개인 개인의 삶의 모습을 말합니다. 이것을 업이라고 합니다.

우리 보통사람은 이런 현실에서 떠나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수행은 이러한 삶을 떠나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의 삶을 직관하며 그 삶을 돌이켜 보며 수행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람이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손가락을 통해서 달을 봅니다. 손가락을 보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그래서 바로 우리들의 업이 동하면 업의 작용하는 것을 보아서 붓다를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앉아서 선을 하고 있으면 손가락만 보고 있으니 문제인 겁니다. 손가락을 본다는 말은 상을 보고 있다는 말입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보는 자를 놓고 보아야 달을 보는 것이 됩니다. 놓고 보기 위해서는 보는 자는 누구인가 하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돌이켜보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그냥 개별적인 것이기에 말을 듣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만 하지 말고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보는 시간을 자주 가져 보아야 합니다. 정진하다 보면 손가락을 보자마자 달을 볼 수 있습니다.

달을 보면 밝고 환합니다. 빛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나쁜 습관이나 개인의 단점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해 가기 시작합니다.

이와 같은 반조가 잘 되기 위해서는 참회하는 마음을 자주 일으켜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의 문제 속에 살면서 참회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혼란만 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개인마다 타고난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장점을 좋아하고 단점은 싫어합니다. 그러나 사실 자신의 약점을 잘 관찰해서 조복 받아 힘을 얻지 못하면 장점은 잘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점을 잘 알고 조복 받을 수 있어야 장점을 잘 살릴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점을 잊어버리려 하고 감추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에 있는 한 공부의 진전은 없습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단점도 알고 보면 근본은 붇다 마음하고 같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점에 대해서 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믿음이 갖춰지면 장점은 힘을 더하게 되고 생활중에 정진력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럴때 시비가 적어지고 사물을 대할 때나 인간관계 속에서 덜 휘둘리며 평등한 마음이 생깁니다.

공부의 길이 이와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생각하는 습관은 자꾸 장점이다, 단점이다, 또 이것이다, 저것이다 판단을 합니다. 그러면 자신은 더 좁아져 버립니다. 장점이다 단점이다 판단 할 때 그것도 습관인데 더 공부가 익어지면 그것을 통해서 다시 공부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3조 승찬스님은 ‘큰 도를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이렇게 간택하는 습관을 그치는 것이 어렵다.’고 한 것입니다.


현웅 스님/미국 버클리 육조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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