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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의 미학

기자명 법상 스님
분별을 버리고 평상심으로 살면

그 자리에 참된 평화가 찾아든다


보통 상담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분들을 뵈면 거의가 ‘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만큼은 이뤄야 한다’는 틀을 만들어 놓고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데 대한 괴로움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틀을 만들고 목적을 정해 놓으니 그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괴로운 것은 당연한 일. 욕심과 집착이라는 짐을 잔뜩 짊어지고 삶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우리 삶 자체가 무겁고 괴로워지기 마련인 것이다.

‘이만큼은 살아야 한다’하는 그 바램을 놓아버리면 지금 이 자리에서 특별한 일이 없어도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임제 스님께서는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함이니,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면 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뜻을 안다’고 말씀하셨다.

불법은 애써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평상심을 유지하여 특별한 일이 없게 사는 것이다. 깨달으려고 애쓰고, 돈 벌려고 애쓰고, 잘 살려고 애쓰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애씀 없이, 특별한 일 없이 그냥 그냥 물 흐르듯 평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불법에 이르는 길이다.

사실 우린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다. 다만 머릿속에서 자꾸 굴리고, 분별하고 따지고 하다보니 자연스런 삶의 흐름을 자꾸 놓치는 것일 뿐이다. 누구나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고, 배고프면 밥을 찾고, 졸리면 잠을 자게 마련 아닌가. 또 누구나 돈이 필요하면 돈을 벌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사랑에 목을 맨다. 그것이 턱 놓고 자유롭게 사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그냥 하고 살면 되는데 자꾸 분별을 짓고 욕심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데 있다. 추우면 옷을 입으면 되는데 ‘더 좋은 옷‘을 입으려 하고, 더울 땐 옷을 벗으면 되는데 아까워서 벗지 못하고는 더워죽겠다고 야단이다.

춥고 덥다는 것은 인연을 말하는 것이다. 인연따라 상황따라 마땅히 응해 주면 되는데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만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먹으면 되는데 우리는 ‘더 좋은 것’을 먹으려고 애쓰고, ‘더 많이’ 먹으려고 애쓴다. 또 그것도 모자라 지금 배고프면 배를 채우면 되는데 자꾸 미래를 위해 더 많이 축적하려 든다. 삶을 그냥 간단하게 살면 되는데 공연히 스스로 복잡하게 만든다.

집착과 분별을 놓고 살면 언뜻 못 살 것 같고, 또 시대에 뒤떨어질 것 같고, 이래저래 도통 안될 것 같지만 다 놓고 살았을 때 참된 평화가 찾아온다.

다 놓고 인연따라 그냥 살면, 애써 구하지 않고 특별함 없이 평상심으로 살면, 지금 이 자리가 행복의 자리이고 깨달음의 자리이다. 그냥 들으면 이거 무슨 이야긴가 싶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무슨 말인지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임제 스님은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그 뜻을 안다고 하셨다. 어디 알만 하신지.


법상 스님/buda11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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