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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조상 천도재

기자명 윤청광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회조사통계조사결과를 보면 한국불교계에는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랄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종교인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불교인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언필칭 “2천만 불교도…” 운운하면서 한국 최대 최고의 종교가 바로 불교라고 큰소리를 치며 자만해 왔다. 그러나 이번 통계청의 조사결과로 불교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지게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수차의 통계청 조사에서 늘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불교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왜 타종교에 비해 교세확장은커녕 신도수가 줄어들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스스로 밝혀내고 이에 대한 대응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불교는 국민에게 과연 무엇이며 종교로서의 한국불교가 과연 오늘의 한국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겸허한 자세로 되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지난 30여년 동안 크고 작은 종단분규로 추악한 종권다툼의 치부를 만천하에 보여줌으로써 국민대중들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허탈감과 분노를 안겨주어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긴 게 사실이었다.

이제 불교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신뢰받는 종교, 위안 받는 종교,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종교로 거듭나려면, 두 번 다시 저 추악했던 종권다툼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종단의 안정 속에 화합과 양보와 자비정신이 넘치는 청정한 불교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정보화사회, 고학력사회에 걸맞는 신행활동을 펼쳐 부유하면서도 공허하고 쫓기면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불행한 삶을 포근히 감싸주고 이끌어줄 가르침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사찰, 저 사찰 심지어는 천년고찰, 그것도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사찰에서까지 연중무휴로 ‘조상천도재’를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봉행 함으로써 가히 ‘조상천도재’가 사찰의 주요행사 단계를 넘어서서 ‘주력상품’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조상천도재가 주력상품으로 등장했다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가.

후손들이 조상의 은덕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여 자발적으로 올려드리는 조상천도재가 아니라 전화부대를 동원해서 조상천도재를 권유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쯤 되면 주력상품화 되어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예전에는 음력 7월 보름 우란분절을 맞아 1년에 한번 조상의 영가들을 위해 지극한 신심과 정성으로 천도재를 올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어찌된 일인지 너도나도 연중무휴로 조상천도재를 권유하고 강요하다시피 하여 가히 일년 열 두달 조상천도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조상들의 영가를 천도하려는 후손들의 효심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지극한 효심을 빌미로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모아들인다는 데에 천도재의 목표가 있다면, 이건 그야말로 불교가 할 짓이 아니다.

더더구나 조상천도재가 불교의 최대본분사인 것처럼 사력을 총동원한다는 것은 부처님을 속이고 중생을 속이는 일이다. 불교는 과연 죽은 사람들만을 위한 종교란 말일까. 사찰에서 조상천도재가 시도 때도 없이 연중무휴로 계속되는 동안 고학력 사회의 뜻 있는 불자들은 허허 웃으며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제발 이제 불교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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