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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권리 있어요!”

기자명 혜민 스님
당신이 업신여긴 외국인이

바로 내 도반이요 형제입니다


한밤중에 깨어나 보니 새벽 2시35분이다. 꿈을 꾸었는데 작년 겨울 한국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어느 방글라데시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19살에 한국에 들어와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한국에서 다 보냈다는 그는 이주 노동자 강제 추방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단속 대상자로 걸려서 잡혀가고 있었다. 왜 그런지 한동안 그 모습이 좀처럼 내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끌려가면서 그는 외국어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크게 외쳤다. “저도 사람입니다. 나에게도 권리 있어요! 나에게도 권리 있어요!”

한국인보다 조금 더 까무잡잡한 피부색, 유창한 한국말이지만 그 속에 섞인 외국인 특유의 억양, 더 낳은 삶을 위해서 혈혈단신으로 이방인의 나라에 입국했던 그 모습이 나에겐 결코 생소해 보이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후 미국은 9·11 테러 사건을 거치면서 정말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자국민의 안전과 보호라는 명목하에 남의 나라와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켰고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검열 또한 엄청 강화하여 지문을 찍어야 되는 절차를 만드는가 하면 비자나 영주권을 받는 과정도 무척 까다로워졌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슬람 출신 이주민들을 반쯤 테러리스트 취급하면서 이민국에서 하루 내내 지문 날인을 시키는가 하면 공항에선 거무잡잡한 피부에 액센트 강한 영어를 하는 사람들만 주로 잡아서 가방 속은 물론 허리띠에서 속옷까지 치밀하게 검열을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고 좋은 직업을 얻었어도 이방인으로 살면서 받는 미묘한 차별과 설움을 감지하곤 한다.

그런데 모국 뉴스를 통해서 보여지는 한국의 모습은 차별받는 자와 차별하는 자가 도취되어 나와 같은 한국인이 지금 내 처지와 비슷한 외국인에게 철저한 무시와 무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들 대부분이 불교 국가에서 온 이들인데도 정작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은 기독교나 천주교와 같은 타종교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와 관련있는 사람들의 일이라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지만 나와 관련없는 사람의 일이라면 섬뜩할 정도로 무관심하다.

자신보다 힘이 많은 이에게는 쉽게 비굴해지면서도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들에겐 마치 힘 없던 시절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매섭고 철저하게 무시한다.

같은 외국인인데도 북미에서 온 백인 외국인에게는 영어 못하는 것이 무슨 죄인냥 기가 죽으면서도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에겐 함부로 대하고 한국말로 큰소리 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불보살님들의 자비는 국경과 피부 색깔에 관계가 없을 것이다. 제발 우리 불자들만큼은 차별받고 무시당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눈길과 도움을 주길 바래 본다.


혜민 스님/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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