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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에게 날카로운 입술을 대다”

기자명 남수연
  • 불서
  • 입력 2004.03.22 13:00
  • 댓글 0

『첫 키스로 만해를 만난다』 김광식 지음 / 장승

신화화된 만해 스님 사료 근거로 복원

“이해하기 어렵지만 용광로 같은 인물”


‘독립투사’ 혹은 ‘근대 시문학의 개척자’ 정도의 쉬운 수식어로 접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해 한용운 스님에게 지금까지 붙여진 60여 개의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도 만해 스님을 다 그릴 수 없었다. 수백 여권에 달하는 만해 관련 서적과 기록들을 살필수록 더욱 그러했다.

만해 스님을 다룬 책은 이미 적지 않다. 스님의 시와 문학, 생애는 물론 사상까지 만해 스님에 관련한 각종 성과물이 700여 건에 달할 정도라니 ‘만해 한용운 평전’이라는 부제가 차라리 새삼스러울지 모른다. ‘작가의 변을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평전은 신비화로 포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해에 대한 접근, 이해, 연구는 만해에 대한 찬양, 흠모, 절대성 부여 등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해도 희로애락을 느낀 인간이었으며, 어찌 보면 지나치다 싶은 면, 납득하기 어려운 행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만해 스님의 행적. 저자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만해 스님과의 만남을 철저하게 자료 중심의 서술을 통해 풀어나간다. 만해 스님은 불교 개혁을 주창한 명서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홀어머니께서 3년 전에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부끄럽고 떨려 용납키 어려워 부지불식중에 가슴이 막히고 몸이 떨려지기에 감히 천하에 알려서 벌이 이를 것을 기다린다”며 평생 가슴에 남은 인간적인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었다.

만해 스님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행적도 적지 않다. 경술국치로 나라가 망한지 불과 한달 후 만해 스님은 일제 통감부에 불교계의 개혁을 제안하는 건의서를 올렸다. 수많은 지식인과 애국지사들이 국권상실을 애통에 하며 자결을 하거나 혹은 목숨을 걸고 일제 타도를 외치던 즈음에 만해 스님은 왜 ‘승려의 결혼 허용’을 포함한 불교 개혁을 인가 받기 위해 이처럼 서둘렀을까.

저자는 “이 시기까지만 해도 만해는 민족 의식이 확연하게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만해 스님은 ‘어떠한 계기만 오면 새로운 단계로 변화될 수 있는 가변성의 용광로 같은 인물’이었기에 스님은 일생에 걸쳐 계속된 도전과 변화 속에서 더욱 견고해져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해 스님을 둘러싸고 전해지는 이야기, 특히 유년시절은 다소 과장되어 설화나 전설 쪽에 기울어져 있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유년 시절부터 담력이 크고 기운이 장사 같았다거나 책을 한번 읽으면 모든 내용을 체득한 까닭에 그 책은 친구에게 주어버릴 정도로 천재였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만해 스님에 대한 후인들의 흠모가 얼마나 깊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칫 만해 스님을 영웅이나 투사라는 수식어 속에 가둬 버리는 오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시선은 줄곧 냉정하고 날카롭게 유지되고 있다.

만해 스님의 저서는 물론 신문, 잡지 등 당시 스님의 글이 실렸던 각종 매체와 월정사, 백담사, 석왕사 등 스님의 발자취를 쫓으며 찾아낸 방대한 자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평전’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9,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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