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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마음 없이 수행은 절대 안돼”

기자명 채한기

법주사 총지 선원장 함주 스님

법주사 총지 선원장 함주 스님은 3월 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조계종 선원장 초청 대법회’에서 ‘마음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일갈했다. ‘100년만의 폭설’로 자칫 이번 네 번째 법회가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지만 함주 스님은 산중의 눈길을 거침없이 걸어 나와 사부대중에게 감로의 법문을 내려 주었다. “마음에는 불가사의한 무한한 힘이 있다”며 첫 운을 뗀 함주 스님은 마음 먹기에 따라 “인간은 축생도 되고 부처님도 된다”고 강조했다. 함주 스님이 설한 ‘마음’에 관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다.사진=심정섭 기자


마음이 착하면 착한 사람이고, 마음이 악하면 악한 사람이라 합니다. 마음이 덕스럽고 인자하면 덕인이요, 부처님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면 부처님입니다.

이 지구상에 만물이 공존하지만 축생과 곤충 등 미물에서부터 부처님에 이르기까지 그 세계는 다 각기 다릅니다. 축생은 축생세계서 삶을 삽니다. 그 축생이 인간세계를 볼 수 없듯이 인간도 성현의 마음을 갖지 못하면 성현의 세계를 볼 수 없고, 부처님 마음 갖지 못하면 부처님 세계를 볼 수 없습니다.


“마음엔 불가사의한 힘 있어”

중생은 무한한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잠깐이 아니라 무시겁래로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근본까지도 망각해 번뇌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착각 속에서만 허둥대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라도 축생의 마음 있으면 축생에 따른 행이 이뤄집니다. 그러면 자연히 그 행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곧 업연이 되니 그런 사람은 그 이상을 볼 수 없습니다. 마음 하나 잘못 되면 큰일나는 것입니다. 때로는 축생도 되고, 극락도 되고, 지옥도 됩니다.

그러니 극락도 가고 지옥도 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기는 어디를 가겠습니까? 다 자기 마음에 다 있습니다. 일체유심조라 했습니다. 때로는 지옥도 만들고 축생도 만들고 때로는 인간세계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밖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성현의 마음을 갖고 있으면 성현의 행을 하고 싶어합니다. 크나큰 원력을 갖고 열심히 하면 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는 무한한 힘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에게도 마음을 들여다보면 무한한 힘이 있음에도 잃어버리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고통과 고뇌 속에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을 다스리면 되는데 안 되는 이유는 허망한 경계에서 욕심을 부려 모든 것을 취하려 하니 고통만 따를 뿐 본래 우리의 마음을 찾는 것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마음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보통 각오 없이는 안됩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갖고 싶은 것 다 갖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는 이 공부하기 힘듭니다. 안 하면 어떠냐? 안 하면 안됩니다.

무한한 능력 있는데 왜 안 합니까. 하면 또 쉽습니다. 어떤 일 열심히 하면 쉽지만 편하게 하려고 하면 힘든 것입니다. 우리 중생은 어떻게 하든지 뭐든 편하고 쉽게만 하려고 하니 큰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 편하면 직관력 생겨”

본래의 마음을 찾는 것이 공부요, 그 방법 중 하나가 참선인 것입니다. 인연 따라, 업 따라, 그 사람의 근기에 따라서 다 틀리겠지만 대체적으로 참선하는 것은 쉽습니다. 열심히 하면 성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간화선을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화선을 하기 전에 꼭 갖춰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공부는 최상승인이 아니면 감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상승인이란 쉽게 말하면 수승한 인격을 갖춘 사람입니다. 인격을 갖추지 않고 무조건 참선만 하면 잘 안됩니다. 인격을 갖추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은 합리적입니다.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자기 생각으로 다 일 다하고 무조건 따라 오라 하면 합리적인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진실하고 순수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게 제일입니다. 돈, 명예, 권력 있어도 내 마음 편치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수행은 고행이 전제된 것”

마음이 편하면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직관이 생깁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초조하기만 한데 이 세상이 바로 보일 리 있겠습니까? 사업하는 사람도 마음 안정되면 모든 것 바로 보는 직관력 생겨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모르니 가려져 엉뚱하게 보이고 남에 속고 실패하는 것입니다. 일체사가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도를 공부하려는데 진실하지 않으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인격은 딴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습니다.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어머니의 진실한 마음이 그 음식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편해지고 직관력 생기면 바른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화두도 잘 되는 것입니다. 마음 안정 안되면 소용없습니다. 대도 공부하는 사람이 마음 불안하면 되겠습니까? 마음이 불안한데 화두 챙길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진실하고 순수하고 합리적이면 자기 점검도 할 수 있습니다.

글 좀 해석할 줄 안다고 깨달은 것 아닙니다. 마음은 순수하지 못한데 한 경지 한 것인 냥 행세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런 사람 본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수행하는 자신의 마음이 순수하고 간절하면 그에 걸맞는 선지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대도를 성취해 중생업을 단절하겠다는 이 공부는 뼈저린 각오 없이는 안됩니다. 수행은 고행이 전제된 것입니다.

수행하는 데는 대분심과 믿음 그리고 발심이 있어야 합니다. 개개인의 능력은 다 있는데 허망한 생각에 의해서 작은 이익에 치우쳐 자기 이웃과 자신을 망쳐 온 삶에 대한 억울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깨우쳐 다시 한 번 바꿔보려는 뼈저린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믿음과 이에 따른 발심이 간절해야 합니다.

허망한 생각으로 잘못된 판단에 의해서 근본마음 잃어버린 것이 분한 것임을 알았으니 이제 본래 내 힘 회복하겠다는 분심을 내어 보세요. 믿음과 발심도 나올 것입니다.


“철저히 믿고 발심해야”

이 공부하다 가도 갑자기 하기 싫고, 가끔씩 초조하고 심란한 것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용맹심을 내어 이겨내야 합니다. 대용맹심 내어서 철저하게 공부에 임해야 합니다. 고행도 보통 고행이 아닙니다. 뭘 못 먹고 못해서 고행이 아닙니다. 인격이 안되면 수행자가 지켜 가야 할 그 고통을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설명>대웅전 밖에서 법문을 경청한 불자들이 함주 스님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고 있다.

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서 우리 생활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것만 잘 실천해도 선지식 만날 수 있는 인연 생깁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진실한 삶을 살아가며 참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큰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생각 돌리면 되는 것이니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정리=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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