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각 프레임에 불교 魂 담습니다”

기자명 탁효정

81개국 불교 렌즈에 담은 佛 알랭 베르디에 씨

“부처님은 스물아홉에 집을 나선 후 한평생을 길에서 도를 닦고 길에서 진리를 만났습니다. 저 또한 하늘을 지붕으로 비행기를 칸타카(부처님 출가시 타고 간 백마)로 생각하며 석가모니의 법이 전해진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불교유적과 문물을 따라 세계를 돌아다니는 프랑스 출신의 칼럼리스트이자 프리랜서 사진작가 알랭 베르디에(Alain Verdier·56·사진) 씨가 한국불교의 ‘고요한 순간’을 카메라로 잡기 위해 방한했다.


86년 라다크 방문…불교에 매료

대학 때부터 세계를 여행한지 올해로 35년, 그의 발길이 닿은 나라는 무려 81개국에 달한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을 81개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셈이다. 그 가운데 인도는 50번, 중국은 13번에 걸쳐 다녔으며,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가 한국을 다시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이 나라에 별 매력을 못 느꼈죠. 하지만 우연히 오대산의 한 사찰을 들렀을 때 스님이 작은 암자에서 노래(염불)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고요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었는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다시 한국을 찾은 겁니다.”

올해 연말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다양한 불교문화와 사찰을 사진에 담고, 직접 사찰 안거에 들어가 한국불교의 수행법과 절 살림을 체험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진짜 목적이다.

베르디에 씨는 어렸을 때부터 세계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품고, 나중에 꼭 세계를 돌아다니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그는 곧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과에 진학해 동양 문화사를 전공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원에서 동양 종교학을 전공했다. 이후 프리랜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방랑의 길이 시작됐다.

대학에서 동양 문화를 전공하면서 불교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그가 ‘진짜 불자’가 된 것은 1986년 인도 북부의 라다크를 방문하면서부터이다. 한 사원에서 처음으로 티베트 수행법을 접한 이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등 여러 나라의 선원에서 다양한 수행법을 배웠다.

그 후 20년간 그는 ‘불자로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불교명상과 요가를 하는 것은 물론 오신채를 뺀 채식생활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

그는 불자냐는 질문에 아주 당당하게 스스로 ‘불자’임을 밝혔다.

“많은 서양인들이 스스로를 불자가 아닌 선수행자라고 하죠. 하지만 저는 부처님이 설법하신 한 가지 진리를 찾기 위해 몸으로도 수행을 실천하고, 마음으로도 불법을 신봉하는 불자입니다.”

외형적으로는 계율을 지키고 내면적으로는 불법에 조복하는 것이 불자가 아니겠냐는 것이 자칭 불자임을 자부하는 이유이다.

‘당신에게도 스승이 있냐’고 묻자 베르디에 씨는 “내가 길에서 만난 모든 이들이 스승이자 도반이라고 생각한다”며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 중에서도 『The Tibetan Book of the Living and the Dying』(한국에서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의 지혜』로 번역됨)을 지은 소걀 린포체를 자신을 바른 길로 인도해준 훌륭한 스승으로 꼽았다.

“소걀 린포체는 진정한 휴머니스트입니다.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진정한 자비를 체현하고 있으며 티베트 불교를 설법한 글 속에 인간애를 녹여낸 분입니다. 저는 그분의 가르침을 통해 깊고 커다란 세계를 배웠습니다.”

그는 휴머니즘의 실천이야말로 진리를 찾는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바임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잡지에 불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서양 각국의 문화센터에서 불교를 직접 강의하기까지 한 그는 불교에 관한 해박한 지식들을 쏟아냈다.


35년간 81개국…불교 유적 촬영

“부처님은 매우 혁명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부처님은 도그마(독선)에 빠진 힌두교의 체계를 개혁하고 당신이 직접 발견한 진리를 설한 분입니다. 가장 완벽한 인간의 형태로 가는 길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죠.”

부처님 일대기부터 불교가 서구에 전파되기까지 설명하는 그의 불교 강의는 세계 각국의 건축과 음악, 디자인 문양, 탑으로까지 이어졌다.

베르디에 씨는 현재 부처님 일대기부터 부처님 열반 후 세계 각국으로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과 자신이 직접 세계 불교유적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사진 중 일부는 2005년 조계종 출판국에서 발행되는 캘린더에 게재될 예정이다.

최근 스리랑카를 다녀온 이야기는 한국 잡지 도베 3월호에 ‘부처의 문화, 유럽인의 스타일’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그가 가장 마음 아파하는 일은 “동양의 각국에 남아있는 순수한 불교의 형태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불교가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반면 동양에서는 기독교가 선진문화로 인식되고 스스로 지켜온 고귀한 문화를 버릴 것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 잠시 들렀던 인도의 라다크와 시킴에서 그는 작은 불교왕국의 퇴락에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오래된 미래』에도 나와 있듯이 서구 자본주의는 그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보석을 버리고 부서진 구슬을 잡으라고 유혹합니다. 그 부서진 구슬을 잡음으로써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무지하고 가장 가난한 사람들로 전락하기를 강요당하는 거죠.”

그는 한국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훌륭한 불자들과 스님들에 의해 한국의 수행전통이 계속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사찰들은 산에 주로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동양의 다른 사찰들과 달리 평화로움과 고요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사찰에 앉아있으면 아주 깊은 명상의 단계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라며 템플스테이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표했다.


“한국불교의 美 세계에 전하겠다”

자기완성으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스스로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다닌다는 베르디에 씨. 그가 35년간 길 위에서 느낀 것은 단 한 가지 “우리가 모두 한집에 살고 있는 형제였다”는 것이었다.

“저는 수많은 여행길에서 모든 인류가 형제이며, 동물도 우리의 자매임을 배웠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이 보여주신 휴머니즘, 인간에 대한 자비와 관용과 자비의 자세를 실천해야 합니다.”


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