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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불교병원 경쟁력 있나

기자명 신규탁
동국대학교 불교병원은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지. 수년 전부터 불교 방송에서 “동국대학교 총장 000입니다.”하면서 불교병원설립을 위해 모금하는 라디오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도통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일산에 있는 불교병원을 건물 보면 점점 쇄락해가고 주변 환경은 매우 어수선하게 보인다. 원래 빈터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 처음에는 어설프게 느껴지는 점도 없지는 않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자리의 병원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산에는 큰 병원이 적잖다. 관동대 명지병원도 있고 인제대 백병원도 있고 의료보험관리공단 일산병원도 있다. 거기에 다가 암 전문 전문병원인 국립암쎈터도 있다. 이렇게 기존의 큰 병원들 틈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을지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일산 신도시는 막혀있다. 경부고속도로 연변에 있는 분당 신도시하고도 경우가 다르다. 일산 주민들은 일산의 동쪽과 연결된 서울의 서쪽 지역을 통하여 전국으로 퍼진다. 일산에서는 북쪽으로도 남쪽으로도 서쪽으로도 갈 수 없다. 현재는 그렇다. 결국 일산 내에 위치한 병원들은 이 지역 주민들이 주된 손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서울 사람들이 올리는 만무이다. 왜냐하면 서울에서 일산을 올라치면 일산과 서울을 길목에 거대하고 오래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지키고 있다. 북쪽에서는 연신내의 청구병원이 길목 자리 잡고 있다. 입지적으로 일산 불교병원은 열악하다.

이제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개원해 놓고 적자에 시달리느니 하루라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화하지 않고는 기존의 병원과 경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월등한 장비와 인력을 배치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무리다. 허술한 장비와 한 단계 떨어지는 의료진을 배치하여 뒤쳐지는 병원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불교병원이라는 이름까지 달아 불교 망신까지 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의료 시설이 없는 낙후된 지역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약사보살의 원력으로 남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는 것은 거룩하다. 그런데 일산 지역은 병원이 넘친다. 동국대학교와의 거리도 멀어서 대학부설병원이 되기도 어려울 것이고 세금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불교병원이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이런 발상을 한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 단체에서 경영하는 병원은 많은데 불교는 그렇지 못했다. 반반한 불교병원 하나쯤은 갖고 싶은 것이 욕심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철저한 기획이 따라지 못한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욕망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욕망이 현실에 맞지 않으면 세인들의 빈축을 사고 성사도 안 된다. 이제는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다. 한 푼 두 푼 받아 놓은 병원설립 성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이 이쯤 되고 보면 병원설립의 동기마저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어진다. 많은 불교도들은 불자 의료진 손에 그리고 불교적인 믿음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몸을 맡기고 싶은 기대에서 거룩한 이 사업에 일조했다. 그런데 그게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전국에 있는 불자 의료진들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 사표를 표명하고 불교병원으로 마음을 옮기기도 했다. 그들의 대부분은 대우가 다른 병원에 비해 열악하더라고 불심으로 부처님 일 해보자고 모인이가 대부분이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그들은 다니던 직장에서 면목이 없어지고 말았다.

사태가 이쯤 되었으면, 이렇게 된 원인과 그 책임에 대한 문제는 내부적으로 따져가야 될 일이지만, 문제는 외부적으로 그런 시끄러운 소리 내지 말고 현재의 과제를 수습해야 할 것이다. 일을 수습한다는 명목으로 만약 시끄러운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면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교단과 신도들은 인내와 포용심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anand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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