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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파 전쟁의 소용돌이

기자명 법보신문
1700만 명이 죽는다……어지간한 나라의 전체 인구쯤이 한꺼번에 전멸한다……

지금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 그 전쟁이 몰고 올 파장을 예측하는 기사가 신문과 TV등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두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파키스탄 측이 더 적극적이다. 그들은 인도가 재래식 무기로 계속 공격해 올 경우에도 세가 불리하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도 역시 핵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그 파장으로 하여 1.700만 명이라는 무고한 인명이 대량으로 죽게 된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핵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물론 자신들도 같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한단 말인가. 물론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전쟁은 그 골이 아주 깊다.

이 전쟁의 이면에는 두 나라 사이의 아주 오랜 감정의 대립이 있고,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잠재 돼 있다. 실제로 두 나라는 조그만 분재의 불씨만 보여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총칼을 맞대고 싸우기 시작한다.

이 감정대립의 골 깊은 싸움의 배경에는 종교가 있다. 인도는 힌두교, 파키스탄은 이슬람교다. 이들 두 종교는 화합할 수 없었다.

인도 독립 후, 이들 두 상극 종교집단은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고, 한 나라이던 인도 대륙은 인도와 파키스탄, 두 쪽으로 분리 돼 버렸다. 온 국민이 존경하고 전 세계가 숭상해 마지않던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도 이를 어쩌지 못 하고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리 된 두 나라는 티격태격, 쉬지 않고 싸움의 불씨를 지펴왔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이던 두 나라는 그 어려운 경제사정의 와중에서도 핵 개발에 착수했고, 형님아우하며 몇 안 되는 세계 핵 보유국의 일원이 되었다.

이처럼 종교와 종교간의 갈등은 무섭다. 어디에서도 화합의 실마리를 찾지 못 하고, 철길의 두 선로처럼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를 사랑과 화합과 평화로 묶고, 고통스런 현실로부터 구원하는게 아닌가. 이런 목표를 상실하고 서로의 아집에 빠져 툭 하면 전쟁도 불사하고, 이제 드디어 핵사용이라는 파국으로까지 몰고 가게 된 오늘의 두 나라 현실이 기가 막히다.

이게 어찌 두 나라만의 일이요, 두 종교간 마찰의 일이라 방치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세계전체의 공동적인 일이요, 곧 우리 자신의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다. 그리고 고대 원시불교는 힌두사상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四聖地를 비롯 수많은 불교유적이 아직도 인도대륙에 무수히 산재 돼 있다.

비록 불교자체는 그 발상지인 인도에서 쇠퇴해져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인 상황이지만, 그 정신의 본거지인 인도를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상황에서 인도를 두둔하고 파키스탄을 욕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저 두 나라간의 뿌리깊은 대립, 그 원초적 모순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것은 악몽이다. 두 나라 국민이 모두 무슨 죄가 있으며 무슨 천벌 받을 짓을 저질렀기에, 가뜩이나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불쌍한 사람들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단 말인가. 마음놓고 살지 못 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든단 말인가.

핵사용이라는 애들 불장난 같은 짓을 차마 저지르기야 하겠는가 만은, 오늘도 세계는 이들 두 나라간의 싸움을 걱정스런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지현 스님(영주 장애인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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