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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의 비구니 폄하와 그 반론

'승단운영 주체는 비구' vs ' 대승불교 부정'

'감히 비구니가…' '비구니 주제에…' 등 간혹 비구 스님들이 비구니 스님들을 비하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 발언의 배경에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일부 경전에 언급돼 있는 '여인오장(女人五障)' 및 '변성성불(變性成佛)' 이론을 비롯해 『사분율』 중 '비구니팔경법' 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인오장이란 여성은 범천, 제석, 마왕, 전륜성왕, 부처가 될 수 없다는 것으로 『법화경』 「제바달다품」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제바달다품」이 법화경의 성립에 있어 비교적 후대에 이뤄진 것으로 이보다 훨씬 앞서 성립된 「권지품」에서는 비구니에게 훗날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가 내려지고 있어 「제바달다품」만을 두고 비구니를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이미 불교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바달다품」에 등장하는 용녀(龍女)의 변성성불 논리도 같은 시기에 성립된 『해룡왕경』에서는 용녀가 남성으로 변하지 않고 직접 여성의 몸으로 성불하고 있어 '변성성불론의 부처님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여성을 열등시했던 당시 인도의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한 것' 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학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여인오장과 변성성불론을 받아들일 경우 『화엄경』의 54 선지식 중 21명이 여성인 점과 '모든 법이 남자나 여자의 형상에 의한 것이 아니다' 라는 『유마경』, 그리고 초기불교 율장에 나타나는 '여성들도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과를 증득할 수 있다' 는 부처님의 말씀은 모두 부정되고 만다.

비구니팔경법(혹은 八不可過法)은 '수계한지 100년 된 비구니가 그날 출가한 비구를 만나더라도 먼저 일어나 합장인사하고 공경의 예를 해야 한다' '비구의 죄를 들어 과실을 말할 수 없다' '비구가 없는 곳에서는 하안거를 할 수 없다' 등 8가지 항목은 '차별' 이 아닌 당시 인도상황에서 비구니들을 보호하기 위한 계율이 후대에 오면서 비구니를 차별하기 위한 것으로 변질돼 갔다는 비판이 많은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또 부처님이 병에 따라 약을 주듯(應病與藥)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계율을 정한 것이기 때문에 경전의 고정불변성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것. 따라서 대승불교가 근본불교에 대한 과감한 재해석을 통해 탄생했듯이 비구니 차별의 토대가 되고 있는 계율들은 대승불교의 정신에 맞춰 과감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그럴 때 현실에 맞는 대승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불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존경받는 승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학자들의 설명이다.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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