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은 업 소멸하는 정진기간”
“윤달은 업 소멸하는 정진기간”
  • 보광 스님
  • 승인 2004.03.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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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윤달이 있어서 각 사찰마다 불사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윤달이 되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이 있다. 경사스러운 혼사나 출산 등은 기피하며, 굿은 일인 성묘, 이장, 산소의 석물, 수의준비 등을 한다. 그래서 윤달이 있는 해이면 예식장은 울상이 되고, 장의사는 성업을 이루게 된다. 불교에서도 윤달에는 생전예수재나 혹은 삼사순례 등 윤달불사를 행하고 있다. 이러한 풍습은 오래된 관습을 가진 것 같으나 근래에는 그 본질에서 벗어 날 정도로 윤달 붐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일부 업자들은 이를 부추기고 있으며, 여기에 불교도 한 몫을 하고 있으니 염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음력으로 한 달이 더 있다가 보니 경사스럽고 축하할 일은 해마다 돌아오지 않으므로 자연히 기피하게 된다. 윤달에 결혼식을 하게 되면 결혼기념일을 챙기기도 어려우며, 출산을 하게 되면 생일을 제대로 찾아 먹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결혼기념일을 음력으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생일도 이제는 양력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구태여 윤달을 기피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윤달을 기피하여 사회문제로까지 되고 있으니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굿은 일인 여러 가지 행사들은 꼭 윤달에만 행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평소에는 생활에 바빠서 자기 자신이나 조상을 돌 볼 수 있는 여가를 내지 못하다가 평년보다 한 달이 더 있으니 이를 기회로 삼아서 꼭 해야 할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이 기회에 자신의 수행을 하는 것이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이며, 사찰순례를 하는 것이 삼사순례(三寺巡禮)이다.

생전예수재의 자료는 고려 고종 33년(1246)의 판본이고 해인사 사간본으로 현재 국보 206호인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豫修十王生七經)』과 백시리밀다역(帛尸梨蜜多譯)의 『불설관정수원왕생시방정토경(佛說灌頂隨願往生十方淨土經)(대정장경 21, 528)』이 있다. 그 의례집으로는 『예수의범(豫修儀範)』과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豫修十王生七齋儀纂要)』가 있다. 그 근본 사상적인 연원은 지장신앙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인도에서 발생했다라고 보기보다 중국적인 요소가 많다. 그 의미는 미리 자신의 49재의식을 닦는다고 하여 생전예수(生前豫修)라고 하며, 살아 있으면서 죽은 뒤의 49재를 거꾸로 지난다고 하여 역수(逆修)라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살아서 스스로 자신을 닦는다고 하여 자수(自修)라고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것은 예수나 역수나 자수나 모두가 자기 자신을 닦는다고 하는 점이다. 따라서 생전예수재의 의미는 한 달이 더 있는 윤달에 자신이 공덕을 닦고, 수행하며, 보시를 행하는 특별 정진기간임을 뜻하고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윤달에 자신을 닦고 자비를 행하는데 누가 나무라며, 잘 못 되었다고 할 것인가?

그러나 오늘날 윤달에 행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사는 과연 자신의 정진기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아니면 윤달에 관습적으로 행하는 형식적인 의례인지에 대하여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수재의 참된 의미는 49일을 정해 놓고 7일마다 법회를 열고, 수행공덕을 쌓으며, 그 공덕을 조상에게 회향하는 수행정진기간이다. 이와 같이 좋은 뜻이 잘 못 오도 된다면 한 번쯤 반성해보아야 하며, 혹시나 이러한 불사를 통하여 사찰 재정에만 관심이 있는 행사라면 하지 않으니만도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행해오던 구태의연한 방식에만 메달려 사회적인 비판을 받지않을까 두려움마져 든다. 의식은 여법하게 진행하되 신도나 참여 대중에게 참다운 정진이 되며, 그 공덕을 이웃을 위하여 회향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보광 스님/동국대학교 교수

bkha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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