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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점 논쟁 벗어나 자성 계발하라”

기자명 권오영
  • 교학
  • 입력 2004.03.29 11:00
  • 댓글 0

강남 봉은사 육조단경 논강 지상중계

“『육조단경 』의 무상계 법문은 선악에 관계되는 상대적 윤리의식을 주입시키기 위한 법문이 아니라 자성불을 바로 깨닫게 하는 돈오의 법문이다.”

지난 3월 20일 봉은사 보우당에서 열린 봉은학림 육조단경 논강 제 5강에서 ‘육조단경의 무상계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한 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은 “육조단경은 반야바라밀다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무념, 무상, 무주의 사상에 의거해 새로운 대승보살계를 설함으로써 자기 마음속의 부처, 곧 자성불을 확신하도록 한 법문이었다”며 “이는 당시 불교계가 경전의 훈고학적 해석에 치우쳐 불법을 관념적 이론만으로 이해하려는 폐단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진설명>봉은사 육조단경 논강에서는 '육조단경 무상계'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무상계, 자성불 깨닫는 법문”

스님은 또 “『단경 』의 내용 가운데는 무상계를 주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을 강조하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의 일단을 볼 수 있는 장면”이라며 “이는 자기의 색신에 있는 법성에 법신·보신·화신의 삼신불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자성을 계발하게 하는 고도의 선법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논평에 나선 동국대 강사 정각 스님은 “혜능 스님의 『육조단경 』은 돈오견성(頓悟見性)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며 “지안 스님의 삼신불에 대한 설명 중 ‘즉신성불을 강조하는 여래장 사상의 일단’이라는 표현은 『능가경류 』를 소의경전으로 하는 북종선의 사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또 “‘자성을 계발한다는 것’은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의미”라며 “이는 돈오돈수(頓悟頓修) 사상과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교 궁극적 목적, 깨달음 얻는 것”

이에 대해 지안 스님은 “『육조단경 』무상계 법문의 가장 중요한 점은 내 자신에 부처가 있다는 점에서 곧 여래장이며, 즉신성불 또한 여래장 사상에 입각한 말”이라며 “돈오 사상은 성불을 미루거나 미루려는 마음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불교가 서구학적 개념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자성을 계발한다는 것이 돈오점수적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돈·점 모두 서로 비슷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며 “자성을 계발하기 위해 수행을 한다는 것 또한 수행이 완성되는 순간 더 이상 할 것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돈·점은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을 얻는 데 있다”며 “자기 종파의 종지(宗旨)를 내세우기 위해 시작됐던 돈·점에 대한 논쟁에서 벗어나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기에 맞는 수행 바람직”

두 번째 논평자로 나선 창원전문대 이덕진 교수는 “오늘날 한국불교의 현실은 일반 재가자나 중·하근기의 대중들을 이끌어 줄 선지식이 부족해 간화선을 어렵게 느끼는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많다”며 “이로 인해 제3수행법과 같은 다른 수행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됐다”고 밝히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지안 스님은 “한국불교는 전통적으로 선종을 중심으로 이어져왔지만 선종 또한 수많은 종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불교의 근본 목적은 누가 자신의 내면을 성숙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종파를 따르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각자의 근기에 맞게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여명의 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3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날 논강에서 논주 지안 스님은 불교의 근본 목적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에 있음을 시종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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