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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냐, 내 탓이냐

기자명 정병조
시국이 심상찮다. 사바세계란 원래 그런 곳이려니 하면서도 정도가 지나치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서 대립과 갈등이 있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해결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법리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기적 발상이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은 야당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주장이고, 야당은 대통령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사진설명>정병조 동국대 교수

불교는 내면으로의 회귀(回歸)를 가르친다. 내 안의 삼독심을 제거하지 않는 한 영원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대립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여기에 덧붙일 것은 한국인의 ‘과격함’이다. 현대사의 고비 때마다 과잉대응은 언제나 일을 그르쳐왔다. 4·19의 순수성과 역사적 당위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온통 학생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도취가 문제였다. 결국 그 혼란은 5·16을 불렀다. 군인들은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잡았고 경제발전의 토대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군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독선으로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오늘의 문제는 개혁과 보수의 흑백논리에 있다. 개혁만이 살길이고 그 뒷받침은 안정이라는 점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러면서도 그 와중에서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세력은 온통 적대시하는 데에서 문제는 증폭되고 있다. 작금의 국론분열은 오직 겸허한 자기 성찰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알고, 자신의 주장을 양보할 줄 아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닌가. 언필 칭 민주적 질서를 말하면서 그 반대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지식인의 병폐이다.

원래 감정이라는 것은 격해지게 마련이어서 한번 비틀어지면 자주 나쁜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은 물러서면 죽는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방을 거꾸러뜨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
내가 쓰러뜨린 적의 자리에는 또 다른 적이 나를 압박하는 법이다. 적과 내가 공존하는 길은 양보와 관용이외에는 아무런 대책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상응부’(相應部) 경전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가르치셨다. “나에게 내 것이 소중하듯이 상대에게도 자신은 소중합니다. 따라서 내가 소중한 것을 아는 이는 남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이성은 설자리가 없다. 비분 강개와 적개심으로 무장한 집단에게 관용은 찾을 수가 없다. 이제 국민 모두가 차분하게 스스로의 허물을 찾는 일로 한 발짝 물러설 필요가 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진통 없는 민주주의가 어디 있는가. 또 자신만이 옳다는 무분별한 주의주장도 자제해야 한다.

불교의 현대사회적 기여는 바로 중도와 내면의 응시로 요약할 수 있다. 혹자는 중도를 양비론(兩非論)의 기회주의로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의 중도는 초월적 힘이다. 이 건전한 세력이 제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그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점이다. 불교에서 ‘참회’를 강조하고 업장소멸을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지식이 되었건, 돈이나 명성 심지어는 민주투사일지라도 교만이라는 병에 감염되면 그 가치는 몰락하고 만다. 현란한 몸짓 보다는 어눌한 눈망울이 그립다. 핏빛 절규보다는 고요한 침묵이 그리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생의 가치는 가지는 것에 있다기보다, 버리는데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버리고 또 버려서 버린다는 마음까지 비우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정병조/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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