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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야단지질공원(雅丹地質公園)

기자명 이재형

70만년 풍상이 빚은 ‘모래 예술’


<사진설명>둔황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야단지질공원. 온갖가지 모양의 거대한 흙덩어리들이 사막 위의 섬처럼 불쑥불쑥 솟아있다.

새벽부터 부산스럽다. 오늘도 둔황까지 먼 길을 가야하는 탓에 꼭두새벽부터 서둘렀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호텔 측에서 식사를 준비할 수는 없단다. 대신 미리 준비한 만두와 빵 음료수를 챙겨 둔황으로 향했다. 우루무치를 목적으로 달려온 실크로드 장정. 쿠차와 카슈가르까지 달리지 못하는 게 여간 아쉽지 않지만 돌아가며 볼 티베트 사원, 마이즈산(麥積山) 석굴, 룽먼석굴(龍門石窟), 법문사(法門寺) 등으로 위안을 삼을 밖에.
오전 7시, 우루무치를 벗어났는데도 온통 암흑투성이다. 이 곳 일정이 짧은 탓에 우리가 미처 우루무치 시간으로 바꿔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신장 소도시의 택시기사

한국보다 44배 큰 땅덩어리. 그런 만큼 각 지역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도 다를 수밖에 없다. 꿋꿋한(?) 중국정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베이징(北京) 시간을 중국 표준시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다른 시간을 허용하는 있는 곳이 서역의 신장자치구. 이곳은 베이징 표준시를 따르지 않고 2시간 느린 시간을 자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워낙 시차가 많이 나는 탓도 있지만 아직도 독립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위구르인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없지는 않을 듯하다.

차가 투르판에 도착할 무렵이 되니 창 밖으로 어슴푸레 날이 밝아온다. 사막에서의 일출이 묘한 감동을 준다. 풀 한 포기 찾아볼 수 없는 불모의 땅, 그런 이곳에도 어김없이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곳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이 명멸해 갔다. 때로는 전쟁으로 인해 도시가 폐허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줄인 오아시스가 메말라 사라져간 도시도 있다. 누란(樓蘭) 왕국도 그 중의 하나다. 누란은 사마천의 좬사기좭에 ‘염호(鹽湖, 롭로드)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나라’라고 언급될 정도로 독자적인 불교문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폐허의 도시가 되어 모래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수많은 미스테리와 전설만을 남겨둔 채로….

풍력발전기 10만대 가동

그렇게 천수백년이 흘러 19세기 말 타클라마칸에 고대 문명이 묻혀 있다는 소문이 서구까지 알려지게 됐고, 이는 보물을 찾고자 하는 수많은 탐험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1865∼1952)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해발 6000~7000m의 험난한 파미르고원을 넘어 영하 40도를 웃도는 강추위와 사막의 불볕 더위 속에서 몇날 며칠을 물 한 방울 없이 견뎌내며 그는 숱한 고고학적 발굴을 하게 된다. 특히 ‘방황하는 호수’ 염호와 누란의 위치를 발견한 것도 헤딘이며, 누란이 사라지게 된 원인으로 모래층의 퇴적으로 물줄기가 바뀌면서 염호가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세 차례에 이르는 목숨을 건 그의 중앙아시아 탐험은 이곳 타클라마칸의 문화재 발굴과 약탈로 이어지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그 때문에 막대한 양의 문화재들이 서구로 흘러 들어가게 됐지만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일깨운 그의 공로는 어느 정도 인정받아야 할 것 같다.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길에 올랐다. 150킬로미터 가량 커브길 한 번 없이 쭉 뻗어있는 길. 내리 쬐는 뜨거운 햇살을 뚫고 차는 마치 바람이 된 양 쏜살같이 나아간다. 얼마나 더 갔을까. 길 왼쪽 편으로 수십 대는 됨직한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풍차는 유럽이나 미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말 우리나라 대관령에 4대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돼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10만 여대의 풍차가 있는 중국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형풍력발전기 공장이 중국에 있고 이곳에서 생산된 풍력 발전기가 연간 1만5000대에 이를 정도다.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 소형풍력발전기는 이제 필수품처럼 돼가고 있다. 그 옛날 수많은 구도자와 상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광폭한 바람이 이제는 생활의 편리를 제공해주는 유용한 에너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탐험가들의 발자취 남아

하미(哈密)에 이르러 그나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이 있다하여 들어갔다. 열대여섯 살이나 됨직한 소녀가 반갑게 맞이한다. 10여 분 뒤 나온 음식은 한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자장면을 닮았다. 맛도 기름지고 풍성한 여느 요리보다 훨씬 낫다. 모두들 맛있는지 자장면 곱빼기보다 많은 양을 깨끗이 비웠다.

오래간만에 혀의 주림을 달랜 일행들은 다시 동쪽으로 향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광활함에 보고 또 보아도 감탄이 나오지만 정겹다는 느낌은 없다. 단지 와! 하는 놀라움만 있을 뿐 이곳에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없다는 점이 한국의 자연이 주는 느낌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일 듯싶다.

점심이 한참 지나고 그렇게 다시 몇 시간을 달렸다. 만리장성의 끝인 옥문관(玉門關)에 도착할 무렵, 근처에 있는 야단지질공원(雅丹地質公園)에 들르겠다는 무선방송이 흘러나온다. 야단공원은 옥문관에서 약 30여 분 달리자 온갖 가지 모양의 거대한 흙덩어리들이 사막 위에 섬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놀라울 뿐이다.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공작새를 닮은 듯한 것도 있고 사자, 사람의 형태를 띤 것도 있다. 나중에 공원 입구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들러 살펴보니 2003년 1월 한국에서 개봉돼 큰 화제를 모았던 장이모 감독의 ‘영웅’의 한 배경이 됐던 곳이다. 특히 지난 99년 9월 12일 오후 5시 50분 이곳 상공에서 촬영했다는 유에프오 사진도 걸려 있다.

야단공원은 그 특이함 때문에 일명 ‘마귀성’이라고도 불리며 20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큰 공원이다. 원래 흙모래 더미였던 게 무려 70만년의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마치 거대한 조각품처럼 형성됐다고 한다. 이런 특이한 지역이 지난 90년대 후반에야 처음 발견됐다고 하니 중국이 얼마나 너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지난 2001년부터 관광지로 개발하고 있는 정부가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려 한다니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 분명하다.
다시 둔황으로 향하는 길 서쪽으로 석양이 결 고운 비단처럼 펼쳐져 있다. 태양과 구름과 바람이 주연이 되어 펼치는 한 편의 황홀한 드라마다.

글·사진=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사진설명>황량한 모래의 바다. 그 밑에는 그동안 명멸해 갔던 수많은 나라의 자취들이 묻혀 있다.


중국에서는 네덜란드보다 더 많은 풍차가 돌아가고 있다.<사진설명>

중국 화장실은 엽기적(?)


여행 중에 가장 곤혹스러웠던 일을 꼽는다면 단연 화장실 문제다. 허허벌판에서 볼 일을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설령 화장실이 있어 들어가도 난감하기 그지없다. 중국의 화장실은 문이 없기 때문이다. 남이 보고 있어도 태연하게 끙끙거리는 모습은 익숙하지 않을 경우 보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해지기 십상이다. 이런 탓에 아픈 배를 쥐어 잡고 화장실로 달려가더라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사람 앞에서 ‘응아’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한국인이 별도 없을 듯싶다.
그러면 중국 화장실에는 왜 문이 없는 걸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자연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 달리 몸을 가릴만한 곳이 없는 대평원, 그곳에서 누가 보든 안보든 바지를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을까. 따라서 그러한 문화가 ‘선진’ ‘후진’의 기준점이 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는 게 오히려 이상한 문화일 수도 있다.
중국은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화장실 혁명’을 추진하고 있어 베이징 등 대도시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지만 농촌이나 변방지역은 아직도 여전히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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