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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권력 기생은 파멸 지름길

기자명 신규탁
며칠 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종교권력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치는 역기능에 관한 심포지움이 열렸었다.

이 자리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측에서 각 발표자가 나와서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 등을 발표했고 필자는 불교 측의 토론자 자격으로 참석을 했었다.

주제의 핵심은 이러했다.

위에서 열거한 종교들이 한국사회를 보다 합리적으로 그리고 선진 사회로 이끄는 데에 많은 공헌을 했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발전을 장애하는 거대한 종교권력으로 반작용을 하는 점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논의 되었다.

한국의 현실에서 종교나 언론을 대상으로 논의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잘못했다가는 종교탄압이니 혹은 언론 탄압이니 하는 반론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거론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사회개혁에 앞장섰던 종교가 이제는 사회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요소도 있다는 진단은 불교계에서도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불교의 경우는 중생의 구제라는 큰 명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그게 도리어 중생을 어렵게 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교계가 혹시라도 현재 기득권층에 힘을 실어 혹은 기생하여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종교로서의 역할이 반감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국가권력과 불교는 참으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불교를 수입했고, 또 우리나라의 고대국가 체제가 중국에서 영향을 받은 만큼, 중국의 역사 속에서 보여주는 국가권력과 불교의 밀접한 연결은 우리나라 불교역사에도 많은 유사성이 드러난다.

전제 봉건국가시대에는 거의 절대적일 만큼 국가가 불교를 통제관리하고 있었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도 형태는 달랐지만 조선총독부와 불교계와의 관련은 밀접했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이른바 이승만 대통령의 유시로 상징되는 불교정화도 역시 국가 권력과 밀접한 연결을 맺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과 태고종의 탄생에도 국가 권력이 영향을 주었다.

불교재산 관리법이나 전통사찰보존법도 그런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도 그렇고 종교도 그렇고 모두 사람들을 잘 살게 하자는 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그 방법에 있어서 종교와 정치는 기본적으로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교의 경우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륜성왕 자리를 포기하고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고 전해오는 이야기가 시사해 주듯이, 정치나 국가 권력으로서는 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불교가 출세간을 표방하지만 그 둘이 완전하게 구분될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구제적인 중생들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중생들의 제대로 된 삶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국가권력과 협력도 해야 하고 때로는 국가권력이 중생을 억누를 때에는 국가 권력과도 맞서야 할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중생의 제대로 된 삶의 구현이라는 말이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되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어렵다고 해서 방치할 수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이념적인 대립을 하고 있는 현실은 더욱 이 문제를 복잡하게 한다. 한국에는 여러 종교가 있어 서로의 이념에 따라 저마다 신도들 내지는 국민들을 바른 삶으로 인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피치 못하게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권력과 자기 종교에 유리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것도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교 자체의 정체성마저 저버리고 교세 확장에만 눈을 돌리다 보면 본말이 전도될 염려가 있다.

불교 교단 내부에도 여러 갈등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갈등구조를 자기 문중이나 자기 인맥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하여 외부의 힘을 끌어들이면 종국에는 그 외부의 힘에 불교가 예속되는 현상도 우리는 염려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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