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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웰빙의 참뜻

기자명 법보신문

“먼저 자신의 죽음을 떠올려라”

최근 우리 사회에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 웰빙이란 한 마디로 ‘행복’ 혹은 ‘잘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흔히 웰빙을 단지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으로만 이해되기도 하는데 ‘잘 산다’라는 말에서 ‘잘’에 부여되는 의미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웰빙과 관련해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문제, 그러나 쉽게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가 바로 죽음이다.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 살았다한들 죽음을 편안히 맞이하지 못했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웰빙의 문제를 죽음의 문제와 연결시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죽음과 관련해 분명하게 아는 사실은 4가지이다. 첫째 사람의 평등, 누구나 죽는다는 점. 둘째 시간의 평등, 우리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점. 셋째 장소의 평등, 우리는 어디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 이와 같이 인간은 4가지 이유로 죽음 앞에서 평등한 존재이다.

그러나 누구나 똑같은 조건에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사람마다 죽어가는 마지막 모습이 똑같지 않다. 생사학을 창시한 엘리지베쓰 큐블러로스 여사는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다음 같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바 있다. 1 부인, 2 분노, 3 타협, 4 우울, 5 수용이다.

그가 제시한 다섯 가지 유형에 두 가지 유형, 두려움의 단계와 희망의 단계를 덧붙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관찰한 결과, 두려움 혹은 불안한 마음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상당히 많고, 밝은 모습으로 희망을 지니고서 죽어가는 사람 역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밝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우리는 죽음 앞에서 평등한 존재이지만, 죽음을 실제로 맞이할 때에는 대략 7가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죽어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함께 삶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고 죽음을 똑같은 모습으로 맞이하지도 않는다.

건강한 삶과 건강하지 못한 삶이 있듯이, 건강한 죽음과 건강하지 못한 죽음이란 말도 있다. 어느 날 불현듯 죽음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평온하게 수용하는 그런 죽음이 아니라, 자살과 같이 인위적인 방식으로 삶을 마감하는 죽음은 바로 건강하지 못한 죽음이다. 또 임종환자의 7 가지 반응 가운데 죽음을 두려워하는 첫 번째 반응,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두 번째 반응,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분노하는 세 번째 반응도 불행한 죽음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강한 삶을 원하듯이, 마찬가지로 누구나 건강한 죽음을 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사람들은 마치 불행한 죽음을 바라기도 하는 것처럼 죽음 앞에서 크게 흔들린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문제만 생각했을 뿐, 어떻게 죽을 것인 지에는 거의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삶과 죽음은 서로 다르지 않으므로, 어떻게 사느냐 하는 물음은 이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그의 삶을 비추어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죽어 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는 그의 삶을 되새겨볼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삶을 마감했을 경우, 그의 삶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진설명>한림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 jtoh@hallym.ac.k

오진탁 교수는

생사학 전공자이며 한림대 철학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달라이라마나 카르마파 등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들과 만나 ‘죽음’과 ‘자살’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티베트의 지혜』(번역서) 『죽음, 삶이 존재하는 방식』등 잘 사는 법 즉 잘 죽는 법에 관한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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