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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립문자(不立文字)와 화두

기자명 법보신문
禪은 마음으로 전해주는 가르침

화두는 말 뜻 떠난 ‘마음의 본성’


선(禪)은 육체도 아니고, 느낌도 아니고, 관념도 아니고, 욕망도 아니고, 의식도 아니고, 지식도 아니다. 그러니 언어문자의 뜻을 가지고 선을 말하거나 나타낼 수는 없다. 언어문자의 뜻이란 곧 『금강경』에서 말하는 상(相)일 뿐이다. 『금강경』에서 “상으로써는 여래를 볼 수 없다”고 하였듯이, 말의 뜻을 가지고는 선을 맛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한다. 그러나 불립문자이긴 하지만 진리를 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는 부처님의 말씀을 통한 가르침이다. 즉 교(敎)는 언어문자를 통한 가르침이다.

그러나 선은 언어문자의 뜻을 통한 가르침은 아니다. 언어문자의 뜻을 통한 간접적 가르침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바로 전해주는 가르침이다. 즉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선의 가르침의 방식이다. 이심전심은 언어문자의 뜻을 이용한 간접적 전달방식이 아니라, 마음을 직접 바로 가리키는 직지인심(直指人心)이다. 선수행에서 스승은 마음을 바로 가리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면 제자는 그 가리킴에서 마음의 본성을 보아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즉 견성성불(見性成佛)이다.

간화선(看話禪)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화두(話頭)를 세우지만 화두는 문자(文字)가 아니다. 즉 불립문자인 것이다. 화두는 곧 말이지만, 그 말의 뜻을 통하여 무엇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다. 화두가 말의 뜻을 통하여 무엇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화두가 분명히 진리를 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화두는 “언어의 의미”를 통하여 마음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직접 바로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화두가 마음을 바로 가리키고 있으므로 화두는 직지인심이다.

그러므로 화두를 통하여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 화두의 언어적 의미를 밝히려 해서는 안된다. 화두의 뜻을 따지는 것은 곧 상을 가지고 여래를 보려고 하는 짓이다. “화두”는 바로 “마음의 본성”이다. 『금강경』에서 “상을 상이 아니게 보면 곧 여래를 본다”고 하였듯이, 화두라는 말을 말이 아니게 보면 바로 마음의 본성을 본다. ‘뜰 앞의 잣나무’가 뜰 앞의 잣나무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마삼근’이 마삼근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양귀비가 몸종인 소옥이를 ‘소옥아! 소옥아!’하고 부를 때에는 소옥이에게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애인인 안록산이 자기 목소리 알아주기를 바라서이듯이, ‘뜰 앞의 잣나무’와 ‘마삼근’을 들 때에는 뜰 앞의 잣나무와 마삼근에게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 화두를 드는 이 마음” 알아차리기를 바래서이다. 바로 지금 ‘뜰 앞의 잣나무’ ‘마삼근’이라는 말에서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뜰 앞의 잣나무’와 ‘마삼근’이 바로 마음일 뿐이다. 이 말을 떠나 달리 마음은 없다.

이것이 바로 간화선, 즉 말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선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불립문자·교외별전·이심전심·직지인심·견성성불은 조사선의 특징이자 곧 간화선의 특징이다. 결국 모든 말이 화두 아님이 없고, 모든 말이 선 아님이 없다. 그러므로 바르게 공부하는 자라면, 지금 말하고 읽고 보고 하는 것이 모두 선 아님이 없고 마음 아님이 없어서 밝지 아니한 곳이 없는 것이다.

김태완 박사
무심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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