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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씨앗을 심으며

기자명 법보신문
어린이 마음은 봄날 대지 같아서

불성의 씨앗을 큰 나무로 키운다


햇수로 따져보니 어린이부 법사의 소임을 맡은 지도 벌써 6년째 접어들고 있다. 처음 어린이 법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스님” 하면서 절 마당 입구부터 나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와 안아달라거나 자신의 몸을 번쩍 들어 비행기처럼 돌려 달라던 아이들이 지금은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 됐다. 얼굴에 여드름도 나고 목소리도 굵어져 이제는 자신들을 더 이상 어린애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렇게 훌쩍 자라버린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월이 참으로 빨리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이 몇가지 있다.
아이들에게 평소 염불하는 습관을 길러 주기 위해 법회 시간에 어린이들과 함께 꼭 염불을 같이 했다. 소임을 맡은 절이 주불로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서 보통 약사여래불 염불을 많이 하게 된다.

염불을 하면서 염불에는 어떤 공덕이 있는지 또 절에서만 하지 말고 집에서도 약사여래불 염송을 많이 하라고 아이들에게 권하곤 했다. 특히 위험한 상황에 빠졌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간절히 부처님 명호를 부르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어느날 어린이부의 창훈이가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창훈이는 법회에 나오는 아이들 중에서도 유달리 호기심이 많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에게 논리적인 질문들을 자주 하는 아이다. 갑자기 멈춰버린 캄캄한 엘리베이터 안이라면 어른들도 당황하고 무서워할 만한 상황인데 창훈이는 구조의 손길이 오기까지 약 20분간 침착하게 약사여래불 염불을 했다고 한다. 같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던 창훈이의 형도 창훈이를 따라서 같이 염불을 했다 한다.

어린이법회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른과는 달리 무언가를 말해 주면 쉽게 믿고 따른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한번은 또 집에서 잠을 자기 전에 ‘옴마니반메훔’을 108번씩 하라고 했더니 종윤이가 잠을 자기 전에 양손으로 숫자를 세어가면서 옴마니반메훔을 하고 잤다 한다.

그런데 나중에 종윤이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종윤이가 108번을 다 염송하고 나더니 갑자기 누워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합장 반배하는 것을 잊었다며 일어나서 반배를 하더라는 것이다.

한국말이 서툰 우리 아이들이 최근에는 반야심경도 잘 따라하는 것을 보면 어렸을 때 교육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 사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 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지금같이 안정된 어린이 법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서 약사여래불을 염송했던 그 마음과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는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지 말기를 나 또한 부처님께 약사여래불 염불을 하며 기원해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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